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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 우리 옆의 이웃, 무슬림②
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 우리 옆의 이웃, 무슬림②
마음인문학연구소2024-12-12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이곳은 어디일까요?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교회나 성당이라고 답합니다. 입구 위에 적힌 문구,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를 보고 추측한 거죠. 사실 이 문구는 두 줄로 되어 있습니다. 아래쪽 문구는 제가 일부러 가려놓은 것인데, 숨겨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함마드는 하나님의 사도입니다.”

 

무슬림이 되는 첫걸음, 샤하다

길을 걷다 보면 종종 종교를 홍보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이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를 소개하며, 우리가 그 종교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보통 특정 종교의 신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교육을 받고, 득도(得道)나 입교(入敎)나 세례(洗禮)와 같은 의식을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서울 이태원 인근에 위치한 이슬람중앙성원 입구
1. 서울 이태원 인근에 위치한 이슬람중앙성원 입구

그렇다면 무슬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슬람에서는 신앙고백, 즉 샤하다(Shahada)를 통해 가능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래의 아랍어 문구를 진심으로 고백하면 됩니다.

 

‘라 일라하 일랄라 무함마단 라술룰라’

이 문구는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무함마드는 하나님의 사도입니다”라는 뜻입니다. 이 신앙고백은 무슬림의 삶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슬람의 가르침에 따라 진정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 종교학자는 이슬람이 유일신 종교 중에서 가장 발전된 형태일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의아했습니다. 이슬람은 낯선 종교였고, 여성의 복장 때문에 폐쇄적이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종교학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슬람은 모든 신자가 하나님(알라)께 직접 기도할 수 있는 종교입니다. 그것도 하루 다섯 번씩. 다른 유일신 종교에서는 성직자가 주요 종교의례를 담당하지만, 이슬람에서는 중재자 없이 누구나 스스로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습니다.

2.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Hagia Sophia). ‘정교회 대성당(537~1453)’으로 시작되어 ‘이슬람 모스크(1453~1935)’,  ‘박물관(1935~2020)’을 거쳐 2020년부터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다. 처음 모스크로 사용되던 시절,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벽에 새겨진 작품들이 회칠로 덮였다가 박물관으로 사용되면서 복원되어, 현재는 이슬람의 캘리그래피와 정교회의 성화(聖畵)가 공존하는 공간이 되었다.
2.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Hagia Sophia). ‘정교회 대성당(537~1453)’으로 시작되어 ‘이슬람 모스크(1453~1935)’,  ‘박물관(1935~2020)’을 거쳐 2020년부터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다. 처음 모스크로 사용되던 시절,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벽에 새겨진 작품들이 회칠로 덮였다가 박물관으로 사용되면서 복원되어, 현재는 이슬람의 캘리그래피와 정교회의 성화(聖畵)가 공존하는 공간이 되었다.

 

무형의 공동체

미국 허드슨 시의 작은 편의점에 들렀을 때, 흰옷을 입은 한 남성이 막 기도를 마치고 카운터로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무슬림으로, 자신의 신앙에 따라 기도를 올리던 중이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무슬림으로, 이 거대한 공동체는 독특한 특성과 깊은 연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마음공부공동체는 주로 특정 공간에서 모여 내면의 성장을 추구하는 형태였습니다. 반면 무슬림 공동체는 꾸란, 즉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신앙과 삶을 실천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무슬림 공동체는 특정한 물리적 공간에 제한되지 않고, 꾸란으로 연결된 하나의 ‘무형(無形)의 공동체’라 할 수 있습니다.

꾸란에 대한 경외심은 ‘하피즈(Hafiz)’라는 단어로 드러납니다. 하피즈는 꾸란 전체를 암송한 사람을 뜻하며, 이들은 공동체에서 큰 존경을 받습니다. 더불어,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Hadith)는 꾸란의 메시지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됩니다. 또한, 무슬림들에게 평생에 한 번 메카로 성지순례(Hajj)를 떠나는 것은 신앙적 소망이자 중요한 의무로 여겨집니다.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철저히 금합니다. 인간이 만든 조각상이나 그림 등은 우상으로 간주되며, 대신 이슬람 사원에서는 캘리그래피가 예술적 표현의 중심이 됩니다.

또한, 무슬림들의 삶에서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는 할랄(Halal)입니다. 이는 정결함을 중시하는 개념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도축된 정결한 음식을 먹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전통은 유대교의 코셔(Kosher)와도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무슬림 공동체의 전통은 꾸란을 중심으로 그들의 신앙과 삶이 하나로 엮여 있습니다. 인샬라(Inshallah)는 ‘하나님의 뜻대로’라는 의미로, 그들은 삶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순종하는 태도를 실천합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즉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태도와 닮아있습니다.

무슬림들은 이렇게 무형의 공동체로 연결되어 살아갑니다. 이는 문화와 국경을 초월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마음공부공동체의 모습이자, 새로운 형태의 연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미국 맨해튼에서 할랄 음식을 팔고 있는 푸드 트럭  
3. 미국 맨해튼에서 할랄 음식을 팔고 있는 푸드 트럭  
4. 할랄 마크. 할랄은 ‘허용된(permissible)’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반대어는 ‘금지된’의 의미를 가진 ‘하람(haram)’이다. 
4. 할랄 마크. 할랄은 ‘허용된(permissible)’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반대어는 ‘금지된’의 의미를 가진 ‘하람(haram)’이다. 

 


 

마음공부공동체, 3년의 기록

2022년 1월부터, 저는 여러분과 함께 매달 한 편씩, 총 36편의 이야기를 나누며 3년간의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그동안 세상의 다양한 마음공부공동체를 만나고, 그들 각각의 철학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공동체마다 철학이 있었고, 그곳에서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비교종교학의 문을 연 독일의 막스 뮐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만 아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

결국 마음공부공동체 이야기는 다양한 믿음과 철학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철학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나요? 그리고 그 철학을 바탕으로 만드는 여러분의 마음공부공동체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 열린 질문을 남기며, 3년간의 여정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