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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 미국 원불교의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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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24-01-10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원다르마센터(1)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원다르마센터(Won Dharma Center). 이곳은 원불교 교무가 된 저의 첫 근무지입니다. 당시 이곳의 공식명칭은 ‘미주총부법인 원다르마센터’로 2011년 가을에 봉불식(奉佛式)을 거행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1년 가을 ‘원불교 미국총부’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곳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원다르마센터 입구
원다르마센터 입구

 

뉴욕주 클래버랙에 자리한 원다르마센터

원다르마센터는 뉴욕주 클래버랙(Claverack)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52만평(172만㎡)의 부지에 지어졌는데, 전북 익산의 원불교 중앙총부와 길 건너 원광대학교를 합한 정도의 면적입니다. 입구는 23번 도로에 접해 있고 진입로를 따라 1km 정도 들어가면 다섯 동의 건물이 나옵니다. 다섯 동 모두 나무로 지어졌고 대부분 삼나무가 쓰였습니다. 물론 땅속 기반시설은 콘크리트로 탄탄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진에서 앞쪽 2동이 일원홀(과)과 행정동(우). 뒤편 오른쪽으로 앞에서부터 금강실, 무처선실, 무시선실.
사진에서 앞쪽 2동이 일원홀(과)과 행정동(우). 뒤편 오른쪽으로 앞에서부터 금강실, 무처선실, 무시선실.

 

미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건물들

목조로 짓는 것은 미국에서 일상적인 건축 방식이기에 원다르마센터의 건축은 지역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심이 되는 ‘일원홀(Ilwon Hall)’은 명상 수행의 공간으로 지어졌는데, 그 외관은 미국 시골의 친근한 모습인 사각형의 창고와 비슷합니다. 전체 설계를 맡은 프랫대학의 토마스 한라한은 원다르마센터를 설계하기에 앞서 한국의 여러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래서 설계 속에는 미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초가집에서 모티브를 가져오기도 했고, 특히 난방은 매우 한국적입니다. 모든 건물이 나무 바닥이면서 동시에 (행정동을 제외하고) 바닥으로부터 난방이 됩니다. 이 부분은 한국의 온돌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것입니다. 또한 친환경을 추구하면서 지열과 태양열 시설을 갖추었고, 난방과 온수를 지원하는 화목 보일러를 설치했습니다. 그래서 2010년 종교 예술 및 건축과 관련된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이후 한라한은 경북 문경의 ‘세계명상마을’을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밤에 보는 일원홀(대각전)
밤에 보는 일원홀(대각전)
일원홀 내부. 전면 불단에 법신불 일원상을 모시고 있다.
일원홀 내부. 전면 불단에 법신불 일원상을 모시고 있다.

 

적적성성한 마음을 품은 일원홀

일원홀에는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인 ‘법신불 일원상’을 모셨습니다. 일원상을 품고 있고 그래서 불단이 꾸며져 있지만, 이곳의 디자인은 사실 디자인이 없습니다. 실내디자인을 맡았던 설명기 교수(프랫대학)는 안전상 설치해야 하는 것들만 건축 규정에 따라 설치하여 디자인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일원홀을 장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6미터가 넘는 천장인 일원홀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이 일원상 하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원불교에서는 법신불 일원상을 모신 곳을 ‘대각전(大覺殿)’이라고 부릅니다. 원불교 역사에서 첫 번째 대각전은 1935년에 지어져 지금껏 이어져 내려오는 중앙총부의 대각전입니다. 그리고 2011년에 시작된 원다르마센터의 일원홀은 이제 미국총부의 대각전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곳은 수행자들의 무대가 되고, 수행자들은 일원상과 마주하며 적적성성한 각자의 마음을 발견하고 그 마음을 가꾸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중도(Middle Way), 진리와 일상을 잇는다 

일원홀과 행정동(One World Hall)은 데크로 연결되어 있고, 데크 옆으로 분수(Won Fountain)가 있습니다. 이 분수는 도자기처럼 흙을 구워서 만든 작품입니다. 원다르마센터 인근에 사는 폴 첼레프는 도자기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로 부인인 김혜숙씨와 함께 이 분수를 기증한 것입니다.

그리고 데크에서 숙소동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습니다. 이 길이 ‘중도’입니다. 원다르마센터 건축 당시에는 없던 길인데, 훈련객이 숙소에서 일원홀을 오갈 때 잔디밭을 가로질러 다니다 보니 잔디를 깎아서 걷기 편하도록 길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좀 더 안전히 다닐 수 있는 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후원을 받아 지금의 나무 바닥의 ‘중도’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이제 일원홀은 중도를 통해 숙소동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두 숙소동의 이름은 각각 무시선(Timeless Zen)실과 무처선(Placeless Zen)실입니다. 일원상의 진리가 중도를 통해 무시선과 무처선의 일상 공부로 연결한다는 상징성을 지니게 되네요.

저는 원다르마센터가 지어지는 모습을 가까이 지켜보았습니다. 그래서 건축 과정을 통해 원다르마센터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은혜가 많듯, 이곳은 많은 분들의 꿈이 담긴 공간입니다. 이곳에 새롭게 심어진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는 누군가의 후원으로 심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소중한 곳의 마음공부, 수행 이야기로 다음 글을 이어가 보겠습니다.

일원홀과 행정동을 잇고 있는 데크에서 바라본 분수(Won Fountain). 예술가 Paul Chaleff와 부인 김혜숙이 함께 이 우물을 만들어 기증하고, 이를 Daeil Won이 설치했다.
일원홀과 행정동을 잇고 있는 데크에서 바라본 분수(Won Fountain). 예술가 Paul Chaleff와 부인 김혜숙이 함께 이 우물을 만들어 기증하고, 이를 Daeil Won이 설치했다.
일원홀과 숙소를 잇는 ‘중도’에는 후원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나무를 자르고 이어 붙여 100미터가 넘는 길을 조정수 교무와 김영빈 교무가 만들었다.
일원홀과 숙소를 잇는 ‘중도’에는 후원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나무를 자르고 이어 붙여 100미터가 넘는 길을 조정수 교무와 김영빈 교무가 만들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1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