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활동
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 오직 모를 뿐, 숭산행원의 관음선종 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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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23-07-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
현각, 스승의 가르침을 기록하다 예일대와 하버드대에서 수학한 폴 뮌젠(Paul Muenzen). 그런 그가 숭산을 만났고 불교에 입문하여 승려 현각이 되었습니다. 대중미디어는 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고, 특히 1990년대 집중적으로 그를 소개했습니다. 그의 출가 이야기는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때 유명스타와 같은 관심을 받다보니 그의 중요한 면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의 가장 뜻깊은 역할은 숭산의 선불교적 깨달음을 영어라는 언어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입니다. 숭산의 가르침을 엮고 정리하여 <The Compass of Zen>, <Wanting Enlightenment is a Big Mistake>와 같은 책이 서구사회에 출판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현각은 한국 선불교가 서구에 전해지는데 중요한 공헌을 했다는 점입니다. 독일의 불이선원 그는 한국에서 승려이자 수행자로 시간을 보냈고 이제는 독일 레겐스부르크에 수행 공동체를 열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는 수년 전에 현각이 운영하는 선원에 방문하여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에서 진행되는 한국적 선불교의 발우 공양, 좌선 등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불교의 사찰이나 선원에는 전통적으로 정면에 불상을 모십니다. 그런데 현각은 불이선원을 만들며 불상 대신 커다랗고 둥근 거울을 걸었습니다. 부처를 밖에서 구하지 말고 거울에 비친 그 모습에서 부처를 찾길 바랐을 겁니다. 그리고 불단의 정반대편 벽에는 스승의 진영을 모셔 놓아서 불단의 거울을 보는 순간, 나 자신과 숭산 스님이 함께 만나도록 했습니다. 현각은 나의 불성과 스승의 불성과 모든 존재의 불성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불이(不二)’의 사상을 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 ![]()
청안, 스승의 깨달음을 설법하다 필자가 미국에서 원불교를 공부하던 시절, 어떻게 하면 영어로 원불교의 법을 잘 전할 수 있을까가 큰 화두였습니다. 그러던 중 청안 스님의 영어 설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불교방송을 통해 총 12강으로 진행된 설법이며, 저는 이를 동영상으로 만났습니다. 청안은 매 설법을 시작하며 청중과 함께 정법계 진언 ‘옴 남’을 일곱 번 암송하였습니다. 또한 설법을 마친 후에는 항상 청중이 질문하고 이에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이 법문이 숭산 스님을 추모하는 설법이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상좌부불교, 대승불교, 선불교의 가르침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저는 청안의 설법을 들을 때 선불교의 정수가 청안이라는 존재의 입을 통해 다시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스승을 사모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청안의 목소리는 ‘선의 나침반’이었습니다. ![]()
유럽 최초의 한국식 사찰, 원광사 청안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입니다. 나름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그 삶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던 중 숭산 스님을 만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출가를 하였고, 이제는 스승의 가르침을 헝가리에 전하는 선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청안이 세운 사찰이 유럽 최초의 우리 전통 양식의(한국식) 사찰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청안의 마음에 스승의 가르침과 한국 선불교의 원형을 그대로 지키고자 하는 염원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 사찰의 이름은 으뜸이 되는 빛, 본래의 빛을 뜻하는 원광사(元光寺, Original Light Zen Temple)입니다.
성자를 만난다는 것 성인에게 도가 있고, 성인이 가시면 그 도가 경전에 담긴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각 스님이 스승의 가르침을 엮고 편집한 <선의 나침반>은 성자의 지혜가 담긴 경전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숭산 스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리고 청안 스님의 열두 법설을 통해 그분의 진면목을 다시금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자를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말(설법)과 글(경전)을 통해 언제나 그분을 만날 수 있습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08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