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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조 정전공부 :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것인가’
마음대조 정전공부 :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것인가’
마음인문학연구소2023-08-14

정기일기②

이번 호에서도 ‘정기일기’에 대해 좀 더 공부해 보고자 한다. 지난 호에서 설명한 바 있듯이, ‘작업시간 수’와 ‘수입·지출’과 ‘심신작용 처리건’을 기재한다는 것은 본인이 그날에 정신, 육신, 물질로 어떠한 업(karma)의 행위를 하고 살았는가 살피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이것은 자신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뿌린 업의 씨앗들이 과연 어떠한 고와 낙으로 무량세계를 전개했는지(전개할 것인지) 알아차리게 함으로써, 우주자연의 이치와 인간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래서 필자는 ‘정기일기’, 특히 ‘심신작용 처리건’ 기재에 대해 첫째,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심신작용이 일어났고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였는가를 돌아보며 그대로 기재하는 루틴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둘째, 더 나아가 일기를 기재하는 그 순간뿐 아니라 일상의 순간순간에 자신의 심신작용에 대한 알아차림을 이어 나아가려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즉, 어떠한 마음이 일어날 때 그것을 그 순간 알아차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온전한 생각으로 잘 취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주의하려는 노력으로 공부를 심화시켜 나아가야 함이, ‘정기일기’ 기재의 궁극적 목적이다.

정기 일기는 당일의 작업 시간 수와 수입 지출과 심신 작용의

처리건과 감각(感覺) 감상(感想)을 기재시킴이요,

그런데, 이 지점에서 독자들과 같이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정기일기’ 기재에 공을 들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순간순간에 알아차림(mindful awareness)을 이어 나아가는 것이 쉽게 되던가? 자신이 어떠한 업의 행위들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있는 나(the one who knows)’가 순간순간에 잘 작동을 하고 있던가?

아마도, 일기 기재를 하며 뒤늦은 자각과 후회를, 그리고 늘 반성과 다짐으로 끝나고 마는 일기 기재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러니 속 깊은 공부는커녕 일기 기재에 대한 흥미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는 않은지…. 그래서 필자는 이에 대한 몇 가지를 부연해 보려 한다.

‘정기일기’ 기재는 절대, 일기를 작성하는 행위만으로는 그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기 기재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물론 마음공부에 입문하였음은 틀림없으나, 이때에는 순발력 있는 공부가 아닌 뒤늦은 반성과 다짐의 일기로 끝나는 경우가 빈번할 수 있다. 즉, 일상에서의 경계들을 순발력 있게 알아차리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늘 ‘경계 이후’ 대처 공부에 머물러 있기 쉽다. 안타깝게도, 늘 그 패턴을 반복하고 살아가면서 무명의 업장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일상의 경계들과 내 마음의 흐름들을 그 순간순간 명료히 바라볼 수 있기 위해서는  ‘선·명상’이 아울러야 한다. 좀 더 정확히는, 하루를 시작하며 조용한 분위기에서 고요하고도 또렷한 자신의 마음상태(정신)를 양성해 나아가는 수양의 시간을 갖는 것이 꼭 필요하다. 조용할수록 내 안의 망상·잡념들이 일어나고 사라지고 일어나고 사라지고 하는 생주이멸(生住異滅; 세상의 모든 것은 생기고, 머물고, 변화하고, 소멸한다)을 그대로 볼 수 있게 되는데, 이때의 의식과 기운을 오직 단전에 기울이는 것으로써 결과적으로 번뇌·망상을 털어버리는 훈련을 하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마음의 힘(정력)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예로부터 큰 도에 뜻을 둔 사람으로서 선(禪)을 닦지 아니한 일이 없다” 하시었다. 낮 시간에 아무리 경계를 잘 알아차리고 온전하게 살고자 하나, 비축해 놓은 힘이 없으면 경계인 줄을 모르고 애먼 행동을 하기도 하고, 경계인 줄을 알았다 하더라도 상황에 쉽게 휩쓸리고 만다. 따라서 경계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온전한 정신을 양성하는 수양의 시간으로 정력(定力)을 키워 나아가고, 그것에 바탕하여 일상의 알아차림을 이어가려 노력하는 하루가 될 때, 하루를 점검하며 기재하는 정기일기의 효과도 더욱 효율적일 수 있게 됨은 당연한 이치이다.

자신의 심신작용을 알아차리고 점검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정기일기’ 중 ‘심신작용 처리건’의 유익함이 크지만, 사람마다 기질이나 공부 정도가 각각이라 누구나 다 심신작용이 치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기질이 워낙 순하거나 성정이 유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일상에서 크게 거슬리는 경계가 없어서 심신작용 처리건 기재가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공부인들에게는 ‘정기일기’ 중 ‘감각감상’ 기재에 노력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일상의 삶 속에서 지혜를 밝혀 나아가야 까닭 있는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인데, 자칫하면 어질게 타고 난 성정이 착하게는 살게 할망정 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 이 세상이 은혜인 이유 등 ‘깨달음의 공부길’과는 멀어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감각감상은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대하든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의식 작용이다. 일상에서 나의 눈·귀·코·입·몸(살갗)을 통하여 느껴지는 모든 것들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보라. (예컨대 식사를 할 때에도 후딱 먹어버리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며 먹어보라.) 그리고 그것에서의 느낌, 알아차림 등을 생각으로만 그치지 말고 감각감상으로 기재하여 문답·감정 받기를 즐겨해 보라. 시간이 지날수록 ‘시비이해에 대한 분석’, ‘대소유무에 대한 궁구’, 이것이 분명 달라진다.

☞ 사리연구 훈련 과목 중 ‘정기일기’  공부 실천 점검하기Ⅱ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0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