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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잭 콘필드와 스피릿 락 명상센터
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잭 콘필드와 스피릿 락 명상센터
마음인문학연구소2022-08-01

세련되고 친절한 안내

여덟 번째 이야기: 잭 콘필드와 스피릿 락 명상센터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서부로 간 잭 콘필드

미국의 대표적인 마음공부공동체인 통찰명상협회(Insight Meditation Society; 7월 연재)의 설립에 참여한 잭 콘필드(Jack Kornfield). 그는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지역으로 가서 스피릿 락(Spirit Rock)을 설립합니다.

마음공부 부채와 마음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는 2019년 여름 스피릿 락을 탐방하며 잭 콘필드를 만났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잭 콘필드에게 부채를 선물하고, 부채에 써진 ‘마음공부’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물었습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mind를 의미하는 건가요? 아니면 mind와 heart를 모두 의미하는 건가요?” 우리는 마음공부에서 ‘마음’은 영어의 mind와 heart를 모두 포함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마인드풀니스에서 마인드(mind)는 ‘마음’을 의미하는데, 대체로는 마음의 인지적 측면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서구 사회에서는 ‘마음(mind)이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으면 보통 뇌를 가리킵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마음은 가슴에 있다고 말할 텐데요.

그래서 하트(heart)라는 말을 함께 사용합니다. 마음챙김으로 번역해 온 영어 ‘마인드풀니스’가 인지적인 측면을 강조하기에 ‘하트풀니스(heartfulness)’라는 표현을 통해 정서적인 측면, 자비와 같은 따뜻한 면까지 담아내고자 하는 겁니다.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 번역한 <마음챙김의 불교적 토대>(2020)에서는 하트풀니스를 ‘마음다함’으로 번역했습니다. 잭 콘필드의 저서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The wise heart: a guide to the universal teachings of buddhist psychology)>에서 ‘heart’라는 단어가 쓰인 것도 이와 관련되겠죠. 또 하나 추가하자면, 잭 콘필드는 임상심리학 박사이니 ‘심리학’의 관점을 제시한 이유도 짐작됩니다. 그리고 한국에 소개된 잭 콘필드의 책으로 <마음의 숲을 거닐다>, <깨달음 이후 빨랫감>이 유명합니다.

자연친화 수행 공간에 더한 세련미

스피릿 락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북쪽으로 45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구릉에 자리하고 있는데,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가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목조로 지어진 건물들은 구릉의 곡선미와 잘 어울립니다. 이곳 시설은 크게 위쪽과 아래쪽의 두 공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위쪽은 훈련공간으로 2층 구조로 된 총 4개의 숙소 건물이 있는데, 불교의 사무량심(Brahmaviharas)에서 이름을 따와 각각 자애(Metta), 연민(Karuna), 동락심(Mudita), 평정심(Upekkha)을 뜻합니다. 브라흐마비하라는 어원적으로 ‘브라흐마의 거처(adobes of Brahma)’이기에, 훈련객을 위한 숙소는 훈련을 위한 ‘성스러운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온전한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위쪽 훈련공간 입구에는 ‘훈련객 전용(Residential Retreatant Only)’이라는 팻말이 있어 아래쪽 공간과 분리된 수행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아래쪽 건물은 좀 더 대중적인 공간입니다. 본관 건물과 팔각형으로 된 메인 명상홀이 이곳에 있고, 당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주로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들 시설을 보면 서부의 통찰명상협회와는 조금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통찰명상협회는 기존의 시설을 매입하면서 시작했는데, 이곳은 새롭게 지어나가면서 명상센터를 만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피릿 락이 자연 친화적인 시설인 점이 있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세련됨에 있다고 봅니다. 보통 ‘전문가는 디테일이 다르다’라고 말하는데, 저는 이곳 명상센터를 보며 잘 정돈된 안내 문구와 조그만 것들에서 디테일의 다름을 느꼈습니다.

본관의 메인 명상홀 앞쪽 다과 공간에는 편안하게 차를 마시고 1달러 희사를 할 수 있게 안내되어 있고, 쿠키를 먹고 3달러를 내면 가족 프로그램에 후원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명상홀 입구에는 오늘 저녁에 진행될 프로그램이 촬영될 예정이니 촬영을 원치 않는 분은 뒷자리에 앉으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에어컨이 켜져 있으니 창문 여는 것은 관리자에게 물어서 진행하도록 하고, 벌레가 들어왔다면 안전하게 벌레를 밖으로 보내줄 수 있도록 벌레 잡는 투명 컵이 창가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안내들은 다른 명상센터에서도 흔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사소하게 여겨질 만한 것들이 세련되고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어서 감탄하게 됩니다. 아마도 잭 콘필드가 통찰명상협회의 설립에 참여한 경험이 있기에 새로 시작하는 스피릿 락을 더 디테일하게 준비했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멋진 마음공부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이곳을 후원하는 분들의 마음이 함께 했기 때문일 겁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