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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틱낫한 스님과 벽암사원(1)
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틱낫한 스님과 벽암사원(1)
마음인문학연구소2022-04-01

네 번째 이야기:
틱낫한 스님과 벽암사원(1)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올해 초 틱낫한 스님께서 열반에 드셨습니다. 스님은 일찍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분이며 평화운동가로 불교의 현실 참여를 강조해 왔습니다. 보통 틱낫한 스님을 떠올리면 프랑스 남부의 ‘자두마을(Plum Village)’을 함께 떠올립니다. 자두마을은 유럽에서 현대적인 명상을 전파한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두마을 전통을 잇고 있는 마음공부공동체인 ‘벽암사원(Blue Cliff Monastery)’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틱낫한 스님의 마음챙김
이 글을 준비하며 자두마을 홈페이지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했습니다. 요즘엔 사람이 접속한 것인지를 확인하고자 간단한 테스트를 하는데, 자두마을에서도 테스트를 했습니다. 문장을 완성하라는 요청과 함께 아래의 문구를 보여주었습니다.

Breathing in, I know I am breathing in.
Breathing out, I know I am breathing out.
숨을 들이마시며,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것을 압니다.
숨 내쉬며, 나는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을 압니다.

지금 숨을 쉬고 계신가요? 우리는 숨을 쉬고 살아가는데 숨을 쉬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 채 바쁘게만 살아갑니다. 그 바쁜 마음을 온전한 마음으로 돌리는 방법이 바로 이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보통 ‘호흡 알아차림’이라고 부릅니다. 마음챙김의 대상으로 호흡을 알아차리는 방법은 남방불교의 수행서인 <들숨날숨에 대한 알아차림경(아나빠나사띠숫따)>에서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은 <breathe! you=”” are=”” alive=””>에서 이를 자세히 언급했고, 여러 다른 책에서도 호흡 알아차림을 마음챙김의 중요한 방법으로 제시해 왔습니다. 이처럼 스님은 마음챙김(mindfulness)을 오래도록 실천해 왔고, 일상에서의 마음챙김의 길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 벽암사원이 있습니다.

마음챙김의 길에 있는 벽암사원
벽암사원은 미국 뉴욕주 파인부시(Pine Bush) 마을에 있고, 벽암사원이 위치한 곳은 정말로 ‘마음챙김의 길(Mindfulness Road)’입니다. 그래서 “벽암사원은 마음챙김의 길에 있습니다”라는 말씀은 진짜입니다. 저는 몇 년 전 이곳을 갔었습니다. 당시 긴 시간을 머물지는 못했지만, 잠깐의 머무름만으로도 무언가 여유롭고 평안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방문이 기회가 되어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벽암(blue cliff)과 선불교 전통
왜 사원의 이름을 ‘벽암(blue cliff)’이라고 지었을까요? 이것은 틱낫한 스님이 선불교 전통의 선사(禪師)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님은 베트남 임제종에 뿌리를 두고 있고, 해외에서는 ‘Zen Master(禪師)’라는 호칭을 붙여 틱낫한 스님을 소개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벽암을 다시 생각해보면 선불교의 대표적인 공안집인 <벽암록(碧巖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벽암록>은 선불교의 교과서와 같은 책으로 엄선된 100칙을 통해 선불교의 정수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벽암사원이라는 이름은 틱낫한 스님이 선불교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고, 실제로 <선의 열쇠(Zen Keys)>와 같은 저술로 선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선(禪) 캘리그래피
제가 벽암사원에 가서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검소함과 캘리그래피였습니다. 방문객이 다 떠나고 조용해지려던 찰나에 방문했던 것 같은데, 기꺼이 맞아주고 식사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채식으로 된 검소한 음식을 함께 먹었고, 몇몇 캘리그래피를 발견했습니다. 대체로 둥근 원을 그린 후 그 안에 영어로 어떤 문구를 적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문구가 참 좋다’라는 기억이 확실합니다.
시간이 지나 알고 보니 틱낫한 스님은 만 점이 넘는 선(禪) 캘리그래피를 그렸고, 홍콩, 대만, 태국, 독일, 프랑스, 미국에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2015년에는 선(禪) 캘리그래피 모음집 두 권이 출판되었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왜 ‘선(禪)’ 캘리그래피인지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저의 캘리그래피에는 먹, 차(茶), 숨, 마음챙김, 집중이 있습니다. 이것은 명상입니다. 이것은 작업이 아닙니다. 제가 ‘숨 쉬다(breathe)’를 쓴다고 가정하면 동시에 저는 숨을 쉬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것은 기적이고, 마음을 챙기며 숨을 쉴 때 당신은 살아있음의 기적과 만나게 됩니다.

틱낫한 스님은 먹이 굳지 않도록 차(茶)를 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원상을 그릴 때 원의 반은 숨을 들이마시고 원의 나머지 반은 숨을 내쉬며 그립니다. 하나의 원이 하나의 호흡이 되고, 이처럼 틱낫한 스님에게는 먹, 차, 숨, 마음챙김, 집중이 모두 하나의 수행으로 만나게 됩니다.
잠깐 이야기를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지면이 다 찼습니다. Stop. You have enough. 그럼 다음 달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5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