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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마음공부 32. “주문”
키워드로 본 마음공부 32. “주문”
마음인문학연구소2022-03-02

주문

글. 장진영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장·교무

주문(呪文)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수행 중 하나이다. 종교의 기원을 주술로 보기도 하는데, 특정 주문 자체에 신비한 위력이 있다고 믿고 그것에 의지하여 의례를 진행하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6자대명주(六字大明咒)인 ‘옴마니반메훔’이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등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주문이다. 대승불교, 특히 밀교에서 ‘다라니(陀羅尼)’ 혹은 ‘총지(總持)’라 하여 이를 더욱 중시하였고, <반야심경>, <금강경>, <천수경> 등 경전 자체를 외기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주기도문(主祈禱文)’을 널리 염송하며, 동학의 21자 주문이나 증산교의 ‘태을주’ 등이 유명하다.
소태산 대종사는 염불, 좌선과 함께 주문을 ‘정신 통일하는 수양 과목’ (<대종경> 서품 19장)으로 정하고, <정전> 정기훈련법에서도 ‘염불은 우리의 지정한 주문 한 귀를 연하여 부르게 함이니, 이는 천지만엽으로 흩어진 정신을 주문 한 귀에 집주하되 천념 만념을 오직 일념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정의했다. 대종사는 구도과정에서도 주야 없이 솟아오르는 주문을 기도 때마다 염송하였으며(<대종경선외록> 구도고행장 1절), 대각 이후에도 각종 의례 등에 주문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실제 종교의례에서 이처럼 주문이 널리 사용되는 것은, 주문을 통해 불가사의한 위력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그 위에 주문을 염송하는 이의 지극 정성, 반복된 음성 패턴을 따라 일심(三昧)이 되면서 절대귀의처(궁극적 진리)의 위력에 대한 체험이 더해지는 것이다. 주문 자체의 특별한 위력보다는, 주문을 염송하는 사람의 염원과 정성이 신묘한 위력으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심시불(卽心是佛)’을 잘못 들은 짚신 장수가 여러 해 동안 ‘짚신 세 벌’을 외다가 마음이 곧 부처인 줄 깨달았다는 일화는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간혹 신통 이적을 바라거나, 외부의 신력(神力)에 의지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 주문을 통해 일심이 되면 허령(虛靈)이 열릴 수 있는데, 일시적인 것이니 이때 조심해야 큰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주문을 암송할 때, ‘지금 여기’ 깨어있는 마음(알아차림)을 먼저 챙기고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듯 염송할 필요가 있다.
한편 최근 미국의 작가인 제임스 네스터는 <호흡의 기술>에서 “불교에서 가장 유명한 만트라인 ‘옴마니반메훔’을 승려들이 염송할 때, 전통적으로 염송 시간은 6초 가 걸리고, 다시 시작하기 전에 6초 동안 숨을 들이쉰다. 자이나교 등에서 ‘우주의 성스러운 소리’를 뜻하는 ‘옴(Om)’의 전통 염송은 발성하는 데 6초가 걸리고, 들이쉬 면서 약 6초를 쉰다. 쿤달리니 요가 명상의 하나인 사타나마 만트라도 발성에 6초가 걸리고, 이어서 6초 동안 숨을 들이쉰다”고 밝혔다. 주문을 염송할 때 일반 사람들의 분당 18회 호흡에 비해 3배 정도 느려진다는 것이다. 또 “느린 호흡 패턴을 따를 때마다 뇌로 가는 혈류가 증가해, 체내 각 계통이 결맞음 상태(인체 기관의 기능이 긴밀히 연계됨으로써 서로 공명하는 것)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우리가 염불이나 주문 등을 할 때, 느린 호흡이 일심 집중을 통한 정신의 수양력과 함께 체내 각 계통의 공명에 의한 심신의 치유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동안 신묘한 주술의 효과로만 여겼던 염불과 주문의 효과가 어느 정도는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5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