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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칼럼 [삶의 향기] 마음속에 나만의 네버랜드를 갖고 산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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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22-02-24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손시은(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거울을 보다가 문득 만나게 되는 흰 머리카락은 불쑥 찾아온 불청객 같다. 하얗게 센 멋스러운 백발도 아니고 제멋대로 하나둘 자리잡은 모양새이다 보니, 새치라고 우기며 눈에 띄는 족족 뽑아버린 지 꽤 되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 켕기는 바가 있었던지 슬그머니 손가락을 움직여 ‘노화’라는 글자를 입력한다. 노화란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의 구조나 기능이 점진적으로 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나이가 들게 마련이고 나이가 들면 자연 늙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개는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이 보편적 진리를 잊고 살다가 어떤 우연한 계기에 의해 늙음을 지각하고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곤 한다. 깊고 얕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살아온 생애를 반추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앞으로의 삶을 어떤 태도로 어떻게 살아갈지 성찰하게 된다. 이 순간이 바로 인생 이모작이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청춘을 바친 직장을 퇴직한 때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몇십 년을 함께한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몸으로 세상의 파도에 맞서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 최근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경우에는 채 마흔도 안 된 나이에 더 멋지고 화려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셈이다. 결국 늙음이나 인생 이모작에 정해진 나이나 딱 들어맞는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는가이다. 노화 자체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일 뿐, 진짜 노화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용이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무슨’을 버릇처럼 내뱉는 사람은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줄달음치느라 현재의 삶을 방기하는 노인인 반면, 새로움을 두려워하기보단 호기심을 갖고 부단히 도전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다. 시인 사무엘 울만은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남북전쟁에 4년간 참전했고 철물상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으나 평생토록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그의 생애가 알라바마대학 박물관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는 `청춘’이라는 시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므로 때로는 스물 먹은 청년보다 예순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고 했다. 가슴 속에 삶에서 환희를 얻고자 하는 열망, 미지에 대한 끝없는 탐구심, 희망과 용기를 간직하고 있는 한 그 사람은 언제까지나 젊음을 유지할 것이지만 냉소와 비탄에 빠져 사는 사람은 나이가 이십 세라 할지라도 이미 늙은이와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성인 또는 노년 대상 강의를 할 때 사무엘 울만의 `청춘’을 소개하곤 하는데, 알고 보면 이미 꽃다운 마음으로 청춘을 살고 계신 어르신들이어서 굳이 소개할 필요도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주목하면서 하나라도 놓칠세라 마음을 다해 경청하는 모습은 ‘나이는 숫자일 뿐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신념을 구현하고 사는 게 어떤 모습인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오늘날 노인의 위상은 전통사회와 비교해 크게 위축되고 저하되었다. 세대 갈등과 노인 혐오에 대한 기사가 넘쳐난다. 이런 속에서도 나이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묵묵히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노년의 청춘을 살아가는 분들이 있어서 늙어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건 아닐지. 2015년, 유엔은 길어진 평균 수명을 반영해 새로운 생애주기별 연령지표를 발표한 바 있다. 지표에 따르면 0세~17세까지는 미성년, 18세~65세는 청년, 66세~79세는 중년, 80세~99세는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 노인이다. `100세 인생’의 저자 앤드류 스콧의 말을 빌리자면 길어진 수명은 힘없는 노년기가 아니라 젊은 시절이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길어진 청년기를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100세 인생은 저주가 될 수도, 선물이 될 수도 있다. 노인의 어제는 청년의 오늘과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http://www.sjbnews.com/news/news.php?code=li_news&number=7375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