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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고엔카와 위빠사나 명상센터(2)
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고엔카와 위빠사나 명상센터(2)
마음인문학연구소2022-10-01

영국 담마디파 명상센터에 걸려있는 위빠사나 수행 전승 안내판

열 번째 이야기 : 고엔카와 위빠사나 명상센터(2)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고엔카는 10일 훈련에 붓다의 가르침을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0일 훈련에는 수행법의 전승과 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 출가자에서 재가자로 전승되다

고엔카 전통의 명상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사야지 우 바 킨 스승의 전통에 따라 고엔카 선생님이 가르치는 위빠사나 명상(Vipassana Meditation as taught by S.N. Goenka in the tradition of Sayagyi U Ba Khin)’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스승의 전통을 그대로 잇고 있다는 선언입니다.

붓다 이후 5세기가 지나 위빠사나 의 유산이 인도에서 사라졌다. 가르침의 순수함은 다른 곳에서도 사라졌다. 하지만 미얀마의 고승들은 2천 년간 세대를 거치며 전승하여 수행의 순수함을 보존해왔다.(<위빠사나 수행 전승 안내판> 에서 발췌 번역)

그 전승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타마 붓다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가르침이 세계로 전파되는 데에는 아소카왕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는 마우리아 제국을 크게 융성케 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쟁의 무상함을 느꼈고 붓다의 가르침에 귀의했습니다. 이후 붓다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고자 노력했고, 미얀마에도 전해졌습니다. 미얀마의 고승들은 오랜 세월 그 가르침을 수호해 왔고, 근대에 와서 레디 사야도(Ledi Sayadaw, 1846~1923)로 이어졌습니다.

레디 사야도는 재가자에게도 수행을 지도했습니다. 이에 사야 텟지(Saya Thetgyi, 1873~1945)가 배웠고, 고엔카의 스승인 사야지 우 바 킨에게도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고엔카 전통은 출가자인 레디 사야도 이후 모두 재가자를 통해 전승된 것입니다. 특히 스승인 사야지 우 바 킨과 고엔카가 위빠사나를 함께 지도하며 10일 훈련의 수행 체계가 확립되었고, 이제는 보조법사(assistant teachers)를 통해 전승되고 있습니다.

수행법의 순수함(purity of technique)을 지키다

고엔카는 수행법의 순수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10일 훈련과정에서 드러납니다. 순수함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10일 훈련 중 다른 수행을 함께 하지 않도록 안내합니다. 간단한 스트레칭 정도는 괜찮지만, 요가나 태극권도 안 되고, 어떠한 다른 수행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수행의 구성은 3일간의 코밑에 집중하는 호흡명상, 이어서 7일간의 몸의 느낌을 통찰하는 위빠사나 명상으로 구성됩니다. 수행법은 체계적이고 간결하고 명확합니다. 그렇기에 10일 과정이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진행될 수 있고, 이를 배우는 수행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2000년 여름, 고엔카는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밀레니엄 세계평화 정상회담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내면의 평화’를 주제로 연설을 했습니다.

저는 개종(conversion)에 ~ 찬성합니다. 그러나 조직화된 종교 에서 또 다른 조직화된 종교로의 개종 (conversion)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종(conversion)은 불행에서 행복으로 ~ 속박에서 해방으로 ~ 잔인함에서 연민으로 바뀌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날 필요한 개종(conversion)이며, 그것이 이 회담에서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이 종교에서 저 종교로 신앙을 바꾸는 ‘개종’보다는, 행복으로 자유로 자비로움으로 바꾸어가는 ‘개종’이 필요합니다. 고엔카는 이러한 변화를 꿈꾸며 ‘삶의 기술(the art of living)’이 온전하게 전해지길 바랐던 것입니다.

보조법사 네트 브라운(좌)과 커크 브라운(우)

고해의 바다를 건너는 수영학

고엔카는 깊은 통찰을 가진 분이면서도 유쾌한 분으로 진지하지만 재미있는 예화로 청중이 웃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10일 훈련의 저녁 법문에서 언급했던 젊은 교수와 늙은 항해사 이야기를 전합니다.

교수는 항해사에게 자신의 박식함을 뽐냈습니다. 지질학(geology)을 설명하며 이것을 모르면 인생의 사분 의 일을 잃은 것이라고 했습 니다. 다음 날 교수는 기상학 (meteorology)을 말하며 이걸 모르면 인생의 절반을 낭비한 것이라 했습니다. 다음 날엔 해양학(oceanography)을 모르냐며 항해사의 무지를 안타 까워했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이번엔 항해사가 급히 찾아와 말했습니다. “교수님, 수영학(swimology)을 아십니까?” 교수가 어리둥절해 하니, “수영할 줄 압니까?”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배가 암초에 난파되어 가까운 해안까지 수영을 해야 하는데, 수영을 못한다니 슬픕니다. 교수님은 인생의 전부를 잃었습니다.”

고엔카는 붓다의 가르침을 ‘삶의 기술’로,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수영학’으로 여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영학’을 잘 전할 수 있을까? 이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고엔카는 2013년 열반에 들었지만, 세계 곳곳의 보조법사들은 ‘사야지 우 바 킨 스승의 전통에 따라 고엔카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영학을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