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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칼럼 [메아리] 진짜 오징어게임의 부활을 꿈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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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21-10-24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손시은(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오징어게임’이라는 인터넷 드라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456억이라는 거액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생존게임에 참가한 456명의 사람들 간에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이야기이다. 서바이벌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참가자들은 456억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극한의 게임을 치러야 한다. 모든 게임의 결과는 승자와 패자로 나뉘고, 패자는 끔찍하게 죽어 나간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게임을 활용하는 잔인한 방식과는 달리,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우리가 어릴 적에 너무나 자주 했던 전래놀이여서 그 시절 또래들과 학교 운동장과 동네 공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울리던 추억과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다리 건너기’가 서바이벌 게임으로 펼쳐지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2인이 오징어게임을 해서 최후의 승자가 가려진다. 드라마 끝부분에서 1번 참가자가 잔혹한 게임을 주최한 호스트이자 VIP였으며, 참가자 454명을 죽음으로 내몬 오징어게임이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의 무료한 삶에 잠시 즐거움을 주는 심심풀이 놀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보는 것이 하는 것보다 재밌을 수가 없지.”라는 그의 말은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넘쳐나는 돈으로 온갖 유희와 환락을 경험하고 뇌종양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이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는다. 아니 억장이 456번은 무너진 것 같다. 언제부턴가 뉴스마다 ‘억(億)’ 소리가 끝이질 않더니 이제는 몇억 정도는 억도 아닌 듯, 수천 억 수백 억이 수천 원 수백 원처럼 회자된다. 저마다 사연이 다르고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오징어게임의 참가자들은 마지막 희망이라는 절박함의 무게만큼은 같지 않았을까? ‘막장인생’이라는 말로 그들의 삶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가난이 죄’가 되는 세상을 인정하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위선인 것만 같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끝까지 말초적인 재미만을 추구하는 1번 참가자 같은 이들이야말로 ‘막장인생’이 아닐지. 어릴 적 오징어게임 같은 놀이를 하면서 가졌던 의문이 있었다. 우리 또래가 하는 대부분의 전래놀이에서 진 상대에게 ‘죽었다’고 표현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많은 놀이가 ‘죽었다’는 말을 썼다. 지금으로 보면 이른바 ‘아웃’으로, 놀이에서 져서 더 이상 놀이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뜻인데, 그때는 아웃이라는 말이 뭔지도 몰랐으니 그저 “너 죽었어!”가 다였다. 죽지 않기 위해 꽤나 거친 몸싸움을 벌이다 보니 다치는 경우도 많았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면 동네 어른들이 당분간 오징어게임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이 아니더라도 놀거리는 넘쳐났기에 어린 우리들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흥행 기사를 보다가 아련한 놀이의 추억에 젖어 국어사전을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오징어게임이 없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땅따먹기 같은 놀이는 표제어로 올라가 있는데, 오징어게임이나 오징어놀이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자기 나라의 드라마를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나라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지금, 오징어게임이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조차 올라 있지 않으면 또 어떤 나라는 오징어게임이 자기 나라의 놀이문화라고 우겨댈지도 모른다. K콘텐츠의 위상이 커질수록 우리 스스로 우리의 것을 적극적으로 지켜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어사전은 그 민족의 정신적 총체인 언어를 수록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우리의 민족 정기를 억압하고 말살하고자 우리의 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했고, 행여 집단적인 항일운동으로 발전할까 두려워 많은 민속놀이와 전래놀이를 금지시켰다. 얼마 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날 기념행사로 진행한 우리말 겨루기에서 오징어 한 축은 몇 마리인지 맞히는 문제가 있었다. 정답을 맞힌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징어가 금값이 되면서 한 축으로 사는 사람이 없어졌다. 그런데 오징어게임의 흥행 덕분일까? 울릉도 오징어도 오랜만에 풍어라고 한다. 풍어를 맞은 울릉도 오징어처럼 우리의 전통놀이도 다시 활짝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휴대폰 게임, 온라인 게임의 가상공간에서의 놀이 말고 밖에서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는 놀이를 통해 우리의 미래세대가 배려와 존중의 경쟁을 통해 건강한 K콘텐츠의 주인공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http://www.sjbnews.com/news/news.php?code=li_news_2021&number=726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