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동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자신의 행동을 반추하는 능력을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이 가설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인간에게 시간에대한 의식과 역사가 중요한 실존적 요소인 이유 역시 이 능력에서 기인할 것이다. 기억에 기반을 두는 반추의 능력과 자기를 의식하는 행위는 자유의지의 개념과문화의 발전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동시에 이것은 스스로 행한 잘못된행위나 혹은 행하지 않았던 행위에 대한 유감과 후회, 이에 기인하는 고통과 자기혐오에까지 이르게 하는 불편한 능력일 수 있다. 그래서 인류의 문화는 과거 행위에 대한 반추의 결과 발생하는 양심의 가책을 내면의 목소리나 책임의식(Verantwortungsbewusstsein) 혹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식(das ethische und sittliche Bewusstsein) 등으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양심의실질적인 발생 원인에 대한 고찰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철학적 주제가 아니었으며, 양심은 자연이나 초월적 존재에 의해 본래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어떤것으로 상정되어 왔다. 즉 양심의 연마와 강화 등에 대한 윤리적 고찰은 있었으나그 기원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적법한 철학적 시민권을획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고에서는 서양 철학사에서 양심을 설명해 온 철학자들의 문제설정의 주류가 그 기원에 대한 고찰에 이르지 못했음을 약술하고, 현대심리학의 태동을 준비하는 19세기 중반에 있었던 양심의 기원에 대한 몇 가지가설들을 분석하여 이들과 현대 심리학의 사상사적 연관관계를 조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