緣起와 性起의 사상은 華嚴敎學의 중심사상이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智儼(602~668)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는 地論敎學의 緣起說인 緣集說을 三乘의 연기설로 비판하고, ㊀乘의 연기설인 法界緣起說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연기의 이면에 性起를 제기하고 있다. 당시 지론교학 내에서는‘自體’의 의미에 대한 좀 더 발전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이해된다. 기본적으로 ‘자체’는 如來藏과 같은 의미이다. 여래장은 여래의 잠재태인 因의 입장으로 이해되지만, 그 의미가 분화되는 과정에서 여래의 현실태인 果의 입장에대한 이해도 나타나고 있다. ‘자체’라는 용어에서 우리는 여래장사상에서 성기사상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지엄은 이를 수용하여 자체를 성기와 통용하고 있다. 하지만 義相(625~702)은 자체와 성기를 구분하여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자체연기를 일승연기와 구분하는과정에서 성기의 의미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있다. 성기사상은 지엄으로부터 발현된 것이지만, 지엄은 법계연기의 체계 안에성기를 포함하여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의상도 법계연기의 사유를 수용하여발전시키고 있다. 다만 법계연기의 淨門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의상은 정문의 本有와 本有修生, 그리고 修生과 修生本有를 각각 성기와 연기로 병립하여 이해하고 있다. 이는 行을 중심으로 법계를 이해했던 법계도의 체계를 계승한 것이다. 의상은 증분[성기]과 연기분[연기]의관계를 無住中道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있다. 의상은 성기가 곧 無住의 法性임을 밝히고 법성을 중심으로 법계를 노래하고 있다. 의상은 연기의 이면에서 성기를 밝혔던 지엄의 법계연기의 사유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한 걸음더 나아가 법성성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의상은 중생의 근기에 따른 수행을 중시함과 동시에, 성기를 연기의 이면에서 전면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의상은 性起사상을 중심에 내세움으로써 그의 실천수행을 중시하는 입장을더욱 강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