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라매일신문-기고] 마음의 구조와 인성
[전라매일신문-기고] 마음의 구조와 인성
마음인문학연구소2015-08-16

마음의 구조와 인성

 

2015년 08월 16일(일) 19:07 [(주)전라매일신문]

 

세상 곳곳의 풀, 꽃, 나무, 벌레, 짐승 그리고 인간.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 생의 역사를 만들어가느라 바쁠 것이다. 다만 일정 수준에서 무리별로 공통점과 차이점은 있다. 식물은 광합성작용 같은 원시적인 자기보존 메커니즘을 통해 생명을 부지하고, 동물은 욕구가 일면 이를 지각 및 운동기관을 사용해 해결함으로써 생명을 부지한다. 그러면 인간은 어떤가? 인간은 흔히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외에 사고 혹은 이성의 능력이 있다고 말해진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의 구조에 관한 얘기는 다양하다.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 인간에게 특징적인 마음의 구조를 몇 가지 시각에서 제시하고, 이로부터 인간의 길, 인성함양의 길에 대해 간략하게 소견을 피력해 보겠다.

 

 

 

 

먼저 식물, 동물, 인간의 욕구발생 및 욕구충족의 메커니즘의 차이를 살펴보자. 욕구의 생성과 충족과정이 동물의 경우에는 의식의 수준에서 진행된다고 한다면, 식물의 경우에는 비의식적 수준에서 진행된다. 가령 동물들은 자신의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욕구의 형태로 의식하게 되고 그리고 욕구의 해결을 위해 감각, 지각, 운동작용이 연쇄적 혹은 집합적으로 일어지만, 식물의 경우에는 그에 해당하는 과정이 비의식적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동물의 경우에서 욕구의 생성 및 욕구해결의 과정에 의식이 개입된다고 하더라도, 사고작용의 개입은 아주 제한되거나 원시적이다. 욕구충족은 사고를 통해서보다 주로 지각 및 운동의 신체적 능력에 의존해 있다.

 

인간의 경우에는 욕구나 목적의 해결과정에 사고가 집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사고 중에는 진리능력이 있는 사고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고가 있는데, 전자와 같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정신능력을 ‘이성’이라 한다. 그리고 이성에는 ‘실천이성’과 ‘도구이성’이 있는데, 정제된 혹은 정당화된 욕구, 욕망, 목적이 실천이성을 통해 정립된다고 한다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욕구충족, 욕망해결 혹은 목적달성은 도구이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인간이 벌이는 활동들은 실천이성과 도구이성을 통해서 그 수준이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는 바, 이성능력은 인간이 체득하고 있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이성작용은 주어진 조건 하에 합리적 추론을 통해 객관적인 진리나 가치들을 발굴해 드러내는 수렴적 작용의 일종이다. 인간의 진리 파악활동은 그런데 수렴적 형태 말고 자기부정 혹은 자기 혁파적인 발산적인 형태로 진행되기도 한다. 가령 사고의 기반을 부정해 봄으로써,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하기보다는 해소하는 방안을 고려해 봄으로써, 자기를 주장하고 관철시키려하기보다는 자기를 낮추거나 초월함으로서, 전진적 사고만이 아닌 반성적 사고를 해봄으로서, 난경 중 새로운 돌파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발산적, 탈중심적, 창의적, 초월적 사고의 도움을 빌어 사람들은 세상을 규정하는 경계선들을 타파할 수 있고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전까지는 드러나 있지 않던 미지의 진리들을 만나면서 영적 확장을 꾀할 수 있다. 좀더 넓은 영적 세계로 향한 이러한 건전한 자기파괴, 자기초월, 자기초극의 능력을 우리는 ‘영성’이라 이름할 수 있다. 구하지 않고 구하는 것, 사양하면서 얻는 아이러니한 능력이 영성이다.

이성은 찾아 구함으로써 진리를 발견하고, 영성은 건전한 자기부정과 사양을 통해서 진리를 얻는다. 얼핏 보면 둘은 상반된다. 그러나 그것들은, 노동과 휴식의 관계가 그러한 것처럼, 정반합의 변증법적 상보관계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이성을 통해 얻은 진리를 사람들은 맹신하기 쉽지만, 그래도 그것은 특정 시간에서만 타당한 것인 바, 이성이 자행하는 고착적, 절대적, 폐쇄적인 태도를 영성을 통해 유연하고 상대적이고 그리고 개방적인 태도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세계개방적인 태도와 함께 진리발견의 기회는 상승한다. 이성은 영성에 의해 보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특히 인간의 마음작용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 실천이성, 도구이성 그리고 영성이다. 실천이성을 통해 사고 및 행동의 방향이 정비되고 그리고 도구이성을 통해 목적도달의 방법이 세련화된다. 이 두 가지 이성작용이 수렴적 방식으로 진리를 양산해 낸다면, 영성을 통해서는 자기부정이나 자기초월의 내파를 통한 진리치의 확장이 일어난다. 제대로 된 인간작용을 위해서는 실천이성 및 도구이성 그리고 영성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해, 온전한 인성은 저러한 능력들을 이루어진다. 반면 저러한 능력들은 동물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인간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들이다.

 

 

 

 

당신이 추구하는 삶은 어떤 스타일, 어떤 수준의 삶인가? 쾌락추구적 삶인가? 도구이성 기반의 삶인가? 실천이성과 도구이성 기반의 삶인가? 영성 기반의 삶인가? 개인별 선호하는 삶의 스타일이 있겠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지력, 기능 중심의 삶, 즉 도구이성 중심의 삶이 선호된다. 반면 삶의 고유한 내적 가치나 의미, 탈세속적, 자연친화적인 삶, 자기초월적 삶은 상대적으로 경시되곤 한다. 즉 실천이성이나 영성의 측면이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도구이성, 실천이성 및 영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도덕윤리나 인문학적 소양 그리고 또 탈세속적, 자연친화적, 자기초월적 태도의 균형 잡힌 교육이 요구된다. 이것이 인성교육이 지향해야 할 한 방향이 아닐까?

이기흥 교수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