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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여름은 더운거야“
[전라매일신문-칼럼] “여름은 더운거야“
마음인문학연구소2015-08-08

마음인문학 칼럼 “여름은 더운거야”

 

2015년 08월 08일(토) 20:04 [(주)전라매일신문]

 

 

 

 

 

제가 어렸을 때 한여름에 더위에 지친 저를 보고 존경하는 어른께서 “더위 피하는 법을 알려줄까?”하셨습니다.

어떤 효과적인 방법을 말씀해주실지 기대하고 있는데 “여름이니까 더운가보다라고 생각해봐”하시는 겁니다. 속으로 “에이 그게 다야?” 했습니다.

 

 

단지 말 한마디 한 것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가 그 당시 느낀 것은 몸의 더위는 그대로지만, 마음의 더위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잘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나중에 돌아보니 “그렇게 적절한 말씀을 어떻게 그렇게 평범하게 하실 수가 있을까?”하는 놀라움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여름은 더운 거야” 만일 이 더운 여름에 시원한 곳을 찾고 싶으시다면 한 번 따라해보세요.

그게 사실이거든요. 다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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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것을 인정하고 나면 더위로부터 도망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안정됩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상을 틀렸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더운 것은 싫어, 그러니 도망가야 해, 그런데 도망갈 수가 없어, 그래서 짜증나” 이런 식으로 마음이 반응하기 쉽게 되겠지요.

 

어떤 대상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 위주로만 맞추려고 하지 않으면 더위와 땀은 단지 내 주변에 존재하는 여러 상황들 중 하나가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그것들과 나와는 별 상관없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단지 더위 뿐일까요?

 

 

삶의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나 도망가고 싶은 특정한 생각의 대상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경우는 평생을 그 생각으로부터 도망치며 살기도 합니다. 도망치는 방법이 자기를 혹사시키는 일이더라도 말입니다.

그것을 방어기재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가끔 열심히 노력해서 상황이 좋아지도록 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 속의 부정적 생각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결국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오도록 만들 겁니다.

왜냐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다른 모습을 바라보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순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일수록 자신을 사랑하기 어려워하고 지금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마치 아직 지금의 나는 미완성의 상태이고, 어떤 조건이 맞춰진다면 그 때에서야 완성되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흔히 안분지족하면 게으르고 노력이 없는 사람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안분의 뜻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안분이란 어쩔 수 없는 고난이라면 인정하고 수용하며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의 고난과 내일을 위한 노력을 별개의 일로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한 여름의 더위에 짜증이 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여름이니 덥겠지”하고 인정하고 여기에서부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는 것이 훨씬 긍정적인 삶의 자세 아닐까요?

우리의 모든 생각들 속에서도 그 생각에 빠져 아무 일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세연 원광대학교 후마니타스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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