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라매일신문-칼럼] 명상은 자연을 품는 공부
[전라매일신문-칼럼] 명상은 자연을 품는 공부
마음인문학연구소2015-08-16

마음인문학 칼럼

 

명상은 자연을 품는 공부

 

2015년 08월 16일(일) 19:09 [(주)전라매일신문]

 

 

 

초심자의 명상훈련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인간의 의지작용이다.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영역에서 의지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명상에서 인간의 의지는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만으로 대단하다. 그렇지만 의지로 그것 이상을 넘어가고자 하면 차라리 그 시간에 편히 쉬는 것이 더 좋다. 인간의 의지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일정한 영역이상에 도전하면 도리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자연에 맡겨두어야 하는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 명상은 그러한 자연의 영역을 받아들이고 몸에 체득하는 과정이다. 초심자에게 크게 주의해야 되는 지점은 생각과 느낌을 다루는 부분이다. 명상시 생각이 많으면 대개 집중이 안된다고 판단하고 힘들어 하면서 쉽게 포기한다. 이때 생각을 고요하게 다루겠다는 의도를 내려 놓아야한다. 그것을 수용하기 힘든 것은 결과에 집착해서 뭔가 잘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의지작용 때문이다. 그래서 일어나는 생각을 내려놓기 이전에 잘해야 한다는 자신의 의지를 내려놓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명상시 한참 앉아있거나 누워있든지 혹은 일정한 속도로 걷다보면 지루하고 힘든 느낌이 올라온다. 인간의 의지는 이때다! 하고 또 나온다. 뭔가 이 느낌을 해소하지 않으면 이상하고 힘들어서 없애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충동이 그것이다. 사실 그러한 충동은 생존의 욕구와 연결되어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때도 다소 참을만 할 때 까지는 (절대로 억지로 버텨서는 안 된다. 그것도 의지에 속는 것이다) 그 불편함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지켜보는 것이 좋다.

명상은 자연의 영역에 인간의 심신을 온전히 내 맡기고서 치유와 성장을 일구는 농사와 같은 것임을 늘 챙길 필요가 있다.

 

 

최근 상담 가운데 한 질문을 받았는데 참으로 미묘한 질문이었다.

“발달심리학에서 보면 0세-6세까지의 양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이후엔 정상적인 인격을 갖 기 어렵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이 시기 완전히 방치되고 학대받아서 지금껏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 그런데 명상이나 상담으로 정상적으로 치유될 수 있을까요?”

 

 

질문을 한분은 어릴 때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 불안과 우울로 심하게 고통받는 환자였다.

잘 살고 싶은 의지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평가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이 질문에 잠시 나 또한 고민이 되었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것에 집착해도 문제가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한가지 예를 들어 답변했다.

 

 

“00님은 사람이 살기에 좋은 기후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같은 4계절이 또렷한 곳이 아닐까요? 그럼 저 시베리아 북극이나 아프리카의 열대 사막같은 곳에서 사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반드시 불행할까요? 삶이 힘들다는 것이 삶이 불행한 것과 같은 의미 일까요?”

그와 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환경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척박한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곳에서 적응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우리보다 덜 가치있고 덜 행복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 일 것 같습니다”고 다시 말씀을 드렸다.

 

 

더 이상 질문은 없었지만 그 답변을 어떻게 삶으로 소화할지 그분에게도 나에게도 기다림이 필요했다.

이정호 / 마마인드풀 힐링 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