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활동
[전라매일신문-기고] 사회체제에 의한 마음의 작동 | |
---|---|
마음인문학연구소2015-06-14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사회체제에 의한 마음의 작동
2015년 06월 14일(일) 19:20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인간의 마음과 삶은 자신의 발이 딛고 서 있는 사회체제에 의해 틀지어진다. 특히 정치체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 그 안에서 작동하는 경제관계, 우리 행동의 규칙적 형태와 그 행동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는 권력 체계, 이 모든 것이 정치와 관련된다.
“우리 생활의 본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정치적 기능 바로 그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촘스키는 “인간성의 근본 요소는 창조적인 일, 창조적인 탐구, 강제적 기구가 임의로 가하는 제약 효과가 배제된 자유로운 창조에 대한 욕구”라고 보았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개인의 창조욕구를 침해하는 폭력적 파시즘이 일상화되어있다. 폭력적 파시즘으로서 현대국가권력체제는 근대국가체제의 연장으로서 권력의 의지를 강제하고, 헌법과 제도를 그 강제[폭력]의 도구로 삼는다.
흔히 사람들은 법이 정의를 구현하고 인간의 생명과 자유를 보호받는 수단으로 여기지만, 발터 벤야민은 오히려 법은 정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었음을 폭로하고 있다. 법은 폭력[강제성]에 의존하고 있고 수단과 목적의 관계에 따라 실행되는 폭력이며 법은 그 기원에서부터도 폭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은 자신의 권력과 무관해 보이는 특정기관들을 매개로 권력을 행사한다. 권력은 정부의 손에 집중되어 있고 행정부, 경찰, 군대, 국가기관 등 특정한 기관을 통해 행사되며 이러한 기관들은 국가나 민족의 이름으로 특정한 결정 사항들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전파한다. 그리고 그 결정 사항들을 가혹하게 적용하고 만약 순응하지 않는 사람은 처벌한다. 이는 가족 관계에서, 혹은 대학과 교육제도 전반에서 볼 수 있다.
특히 교육제도는 지식 전파가 주된 임무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회적 계급에게 권력이 넘어가지 않고 특정 사회적 계급이 집권하는 데 봉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조르조 아감벤은 근대에 이르러 자연 생명이 국가 권력의 메커니즘과 계산속으로 통합되기 시작하고 정치가 생명정치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즉 그는 주권자와 벌거벗은 생명간의 관계에서 근대국가정치의 본질을 발견했고, 주권은 모든 벌거벗은 생명(국민)을 체계적으로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가 수용소 속의 ‘호모 사케르(Homo Sacer)’가 되어버렸음을 말했다. 근대 국가는 예외 없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통제하고 표준화하며 ‘조작 가능한(관리하기 쉬운) 형태로 두는 것’, 즉 순종적인 생명 신체를 조형하는 것을 정치적 과제 가운데 최우선으로 내걸었다. 또한 근대 정치체제 지배의 본질은 인간에게서 인간성을 완전히 박탈하고 인간의 무용성을 증명함으로써 인간을 완전히 배제하고자 하는 태도에 있다.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국가권력의 ‘전체주의적 과정’이란 곧 인간이 필요 없는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목표아래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쓸모없게 만들고자 하는 모던적 태도이다. 급속한 인구팽창, 지속적인 과학과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이에 따른 고향 상실의 증대로 특징지어지는 시대에 대중들은 실제로 공리주의적 범주의 의미에서 보면 ‘남아돌아가 쓸모없게’ 된다.
모든 것을 인간의 기술적 통제 하에 두고자 하는 근대의 인간중심주의는 그 자체 이미 파시즘적 요인을 함축하고 있다. 폭력적 사회체제에 의해 지배받는 인간은 자신의 생명적 자유로움과 생활세계를 박탈당하고 권력적 규율에 의해 끊임없이 주형화되고 감시받는다. 생기는 사라지고 마음은 비인간적으로 되어가며 억압의 강제 속에서 무가치하고 고독하다. 이렇게 현대 대중사회체제의 작동방식은 근대국가제체가 의도해 온 삶의 균질화에 바탕하고 있다. 대중사회란 구성원들이 오로지 이웃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바탕이 되는 사회를 가리킨다. 비판이나 회의 없이 전원이 동일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 대중사회의 특징이다.
니체는 이러한 비주체적인 군중을 ‘짐승의 무리’라고 이름 붙였다. 짐승의 무리가 지닌 단 하나의 행동 준칙은 ‘타인과 동일하게’이다. 그것이 짐승의 무리가 지닌 도덕이 된다. 인간은 자신을 스스로 속박하는 에고로부터 거리를 두는 수행도 필요하지만 사회권력체제로부터 거리를 두는 해방의 몸짓도 필요하다.
현존하는 체제의 비실체성 혹은 환각성을 깨닫고, 과거의 모든 사물, 가치, 장애물, 유습, 각종 법적 폭력 등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열어가는 창출자가 기대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수반되어야 할 것이 개개인의 영성이다. 개개인의 영성은 정의와 윤리의 이름으로 지배권력의 사회문화체계가 만들어낸 수많은 이미지들, 혹은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차별적 지배담론에 거리를 두고 파상력(破像力)을 발휘함으로써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힘이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ttp://www.e-jlmaeil.com/default/all_news.ph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