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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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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5-06-14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더
2015년 06월 14일(일) 19:22 [(주)전라매일신문]
어느 휴일, 한 가정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가족은 TV에서 방영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한바탕 신나게 웃으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나자 집주인이 갑자기 찜찜한 표정으로 “휴일인데 쉬지도 못하고…”라고 말했습니다. TV를 볼 때는 크게 웃으며 피곤한 기색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분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습니다. 일상의 고민들이 끼어들 틈도 피곤하다는 생각조차도 없이 웃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분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끝나는 순간 불현 듯 못 쉬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TV보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산에 가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감상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만 쉬는 것이라는 생각에 집착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이 정해놓은 쉬는 방법에 스스로 속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쉬었으면서도 쉬었다고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피곤하다고 여겼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쉬고 싶다’, ‘쉬어야 하는데 못 쉰다’는 말입니다. 일과 쉬는 것을 둘로 나누어 보는 사고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일을 몇 시간 하였으니 몇 시간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한 겁니다. 또 쉬는 방법을 정해놓고 그 외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했을 때는 쉬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잘 쉬어 놓고도 못 쉬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의 조상은 일과 쉬는 것을 둘로 보지 않았습니다. 모내기하는 곳에 풍물과 광대가 따라 나서서 노래하고 춤추며 모내기를 했습니다. 추수할 때도, 타작할 때도 노래를 부르며 일을 했습니다. 일하면서 쉬고, 쉬면서 일했던 것입니다.
요즘은 일과 쉬는 것이 별개라는 의식이 공유되면서 일할 때도 업무의 과중함에 힘들어 하고, 쉴 때도 업무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려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작 휴일에 쉬면서도 직장에서 일할 것을 떠올리며 피곤하다고 짜증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을 많다는 생각에 잡혀 있을 때 ‘묘하게 일을 많다는 생각이 일어나는구나’하고 그 마음을 그대로 바라봅니다. 그 후에 일을 많다는 생각이 들기 이전 마음을 살펴봅니다. 혹시 쉬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나를 더 피곤하게 하지는 않는지 바라봅니다.
쉴 때 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 때는 ‘묘하게 일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구나’하고 그 마음을 그대로 바라봅니다. 그 후에 일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 이전 마음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부담감이 생기기 이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놀고 있었겠죠. 일을 몰입해서 할 때는 일이 많다, 적다는 생각도 없이 즐겁게 신나게 일합니다.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 즐거움과 기쁨을 놓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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