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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완전히 기다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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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5-06-14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완전히 기다리라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오덕진 강사
2015년 07월 05일(일) 20:47 [(주)전라매일신문]
기다리라 완전히 기다리라 배가 오리라! 기다리라 완전히 기다리라 배가 오리라! ‘칼릴 지브란’의 시 한 구절입니다. 완전히 기다린다는 것은 배가 오기만을 바라며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배가 올 것을 믿기에 배를 기다리는 마음도 잊은 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급하게 응답을 바라는 기도가 아니라 그저 자신을 다 내맡기고 편안히 기다리는 심정과 같습니다. 얼마 전 집안에서 동서와 사이가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결혼 초기부터 아무리 챙기고 잘 해주어도 냉랭하기 만한 손위 동서가 야속하기만 하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아래 동서인데도 음식이 있으면 챙겨 보내고 명절 때도 과일을 챙겨 보내곤 했답니다. 그런데 집안일을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고 결정하고 중요한 일도 알려주지 않아 이제는 자신도 남처럼 살아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분이 상대방의 냉랭한 반응에 지쳐서 남처럼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멈추어서 그 마음에 속거나 집착하지 말고 ‘묘하게 있어지는 화나는 마음’을 ‘원래 서운하고 미운 마음이 있기 전 마음’에 비추어 보면 큰 인생 공부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완전한 기다림입니다. 억지로 화를 내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보다는 서운할 때마다 서운하기 이전 마음에 비춰볼 수 있다면 늘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믿음은 흥정이 아닙니다. 당신이 그러니까 나도 그런다는 식이 아닙니다. 믿음은 반응이 아닙니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이만큼 해주기를 바라며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요구가 아닙니다.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하니 너도 나를 이만큼은 사랑해주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믿음은 감응입니다. 상대방이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그 사람이 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놓는 것이 완전한 기다림입니다. 그 때 비로소 배가 수평선 저 끝에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많은 만남 속에서 살아갑니다. 만남들 속에서 흥정이나 반응보다는 내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한번 멈추는 공부를 하면 어떨까요? 잘 만나려는 마음마저 놓고 완전한 기다림의 경험을 했을 때 그 사람과 더 크고 더 깊게 만날 것입니다. 나와 더 크고 더 깊게 만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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