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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고대 이집트 수도승들의 마음 닦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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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5-02-0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고대 이집트 수도승들의 마음 닦기
2015년 02월 01일(일) 19:55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막 교부’라고 불리는 독거 수도승들이 살았다.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4세기 말부터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나일강 부근을 벗어나 외떨어진 사막에서 홀로 살아갔다. 사막 교부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거나 기도에 전념했다.
절대적 고독 속에서 내적 생활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들은 우리 문화권의 선불교 수도승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침묵 생활을 했고, 자신들의 수행방식에 대한 기록을 많이 남기지 않았다. 얼마 전에 사막 교부들의 삶과 금언을 다룬 흥미진진한 책인 ‘사막 교부 이렇게 살았다’(뤼시앵 레뇨, 허성석 옮김, 분도, 2014)를 읽었다. 책을 통해서 고대 수도승들의 내면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에 남아 있는 수도승들의 금언을 통해서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내면의 지혜를 얻어 보자. 금욕과 기도 속에서 수도승들은 과거에 지었던 잘못을 뉘우치면서 마음을 닦았다. 큰 소리로 기도를 하는 사람, 눈물을 흘리는 사람, 참회의 모습은 다양했다.
그들의 마음은 그 후 한결 같이 좋아졌을까? 수도승들의 상이한 결과에 대한 일화가 있다. 사막에서 두 사람이 일 년 동안 금욕 생활을 하면서 각자의 죄를 반성했다.
일 년 후 그들을 찾아가 보니, 참회한 한 사람은 우울한 낯빛이었고, 다른 사람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먼저 사람은 자신이 지은 잘못이 가져 올 결과를 두려워하면서 거기에 사로잡혀 있었고, 다른 사람은 참회를 통해서 잘못을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고 후련해 했기 때문이다. 같은 수행을 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결과는 천지차이다.
사막의 수도승들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마음 돌보기’를 했다. 어떻게 돌보았을까? 마음을 돌보기 전 세 단계를 거친다. 귀로부터 해방되는 것, 혀로부터 해방되는 것, 눈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우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외부의 유혹으로부터 감각기관을 단련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단련시킨다. 늘 정신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신을 공경하는 마음자세이다. 자신의 양심을 통해서나 신의 가르침을 염두 해 두고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려고 하지 않는다. 마음을 늘 어떻게 깨어 있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일화가 남아 있다. 한 사막 교부가 묵상을 하면서 나쁜 생각 때문에 힘들어 하는 젊은 수도승에게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이다. 원로 수도승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젊은 수도승을 혼자 머무는 방에서 끌고 나와 바람 몰아치는 사막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몰아치는 바람을 가두어서 마음에 담아보라”고 했다. 그러자 젊은 수도승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라며 대꾸했다. 그러자 나이 든 수도승은 말했다. “그렇지. 바람을 어떻게 막겠는가? 그러면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생각도 막을 수가 없는 법이다.” (위의 책 175-176쪽의 내용 요약).
우리를 심하게 괴롭히는 망상이거나 악한 생각이 아니라면 우리의 생각들을 그저 무심하게 지켜보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의 문제를 풀려고 내면에만 골몰하다 보면, 오히려 그 문제에 매몰될 수 있다. 내면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서 바깥을 보자. 나뭇잎 위의 이슬 한 방울,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한다.
(최정화/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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