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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인격의 완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전라매일신문-기고] 인격의 완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음인문학연구소2015-01-04

인격의 완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2015년 01월 04일(일) 19:52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거의 모든 삶의 가치를 단지 ‘실용성’ 혹은 ‘경제성’의 원칙에 따라서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돈 되는 것이면 다 용서될 수 있고, 정의로울 수 있다고 치부되기도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불문율로 통하던 이러한 논리가 이제는 대학의 교육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최근 각 대학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도 바로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서 재편되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에 따라 대학에서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교육을 중심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교육의 내용도 인간들이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 획득의 문제가 중심에 놓이게 됐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은 주로 도구적 삶의 방법 즉 기술적 문제에 머물러 있게 된다. 이러한 흐름 대세 속에서 인간의 삶 자체의 목적성이나 이상성에 대한 물음을 묻거나, 삶의 ‘일정한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은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런 느낌보다 우리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것은 이러한 흐름의 대세가 우리의 삶에서 있어서 진정한 행복을 담보해 줄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자살률’의 증가, ‘저 출산율’ 등의 사회적 문제 상황을 통해 볼 때, 양적인 측면에서 경제적 부의 향상이 인간의 삶의 질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인간이 인간다움’에 대한 물음을 묻지 않고 단지 경제적 숫자 놀음이나 과학 기술의 진보나 성과에 대한 향유만을 문제 삼고 있다면 인류가 미래에 직면하게 될 재앙의 무게는 더 커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우리가 물어야 하는 ‘인격완성’이란 인간이 삶의 이상적 방향성을 묻고,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다운 인간, 즉 인격완성의 출발점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그것은 바로 인간이 ‘짐승 차원’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할 것이다.

 

 

 

 

짐승이 살아가는 궁극적 목적은 생존에 있다고 할 것이고, 자신의 생명을 유지 보존하고, 그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먹고 사는 문제에 생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 인간들도 역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 땅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생존’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이 오직 ‘생존의 논리’로만 인생의 모든 문제를 바로 보고 있다면, 그것은 이른바 짐승차원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들은 의식주가 포함된 생존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인생에서는 인격의 존엄성을 수립할 수는 없다. 인간은 분명 짐승보다는 더 나은 또 다른 차원의 삶을 살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동물적 차원의 ‘생존’을 넘어, 이른바 ‘공존’을 실현하는 것이다. 동물들이 실현한 공존은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본능에 따른 자연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이 ‘공존’을 실현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적 선택에 따른 것이다. 인간들의 도덕적 실천은 바로 의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차원에서 자신의 의지적 결단을 실현해낼 때 비로소 인간은 위대해질 수 있고, 존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유가철학은 시간적 공간적 한계 속에서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어떻게 다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인생에는 추구하는 이상이 있고, 행동에는 ‘마땅히 해야 함’이 있음을 자각하게 되면, 그 삶의 가치는 위로 한 단계 도약한다. 이런 자각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도덕적인 실천을 수행함으로써 인간은 스스로 위대함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길, 즉 ‘인격’을 갖추는 것은 바로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하는 길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도덕실천의 과정을 통하여 인간은 스스로 위대한 존재로서 무한해 질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무한하다고 해 인간의 육체가 시공의 한계를 넘어 무한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육체를 가진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만 그의 자발적인 도덕적 실천 행위가 갖는 가치가 무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의 실현은 바로 인간 자신의 선한 본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선한 본성은 본심의 자각을 통해 실현된다. 본심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면 외물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외물의 유혹에 빠져들게 되면 본심은 활동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맹자는 “학문의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단지 잃어버린 마음을 회복할 따름이다”(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矣)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스스로 깨어 있는 마음(자각심)을 확보하려는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일 뿐 아니라, 타인과 공존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비로소 인간이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있고, 존엄한 가치를 스스로 확보하게 될 것이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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