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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공감능력 장애와 유아기 양육태도
[전라매일신문-기고] 공감능력 장애와 유아기 양육태도
마음인문학연구소2014-10-12

공감능력 장애와 유아기 양육태도

 

 

2014년 10월 12일(일) 21:39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초기에 엄마와 결합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은 겉으로는 다정해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감정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 사례로 병원이나 보육원에서 세균감염을 두려워해서 아이를 만지거나 들어 올리거나 껴안는 일을 삼가고, 직원들은 신체적 접촉을 피하고자 아기 바구니에 설치된 관을 통해 우유를 먹였던 적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 보육원이나 병원에서 아기들은 충분한 영향을 공급받았고, 철저한 살균된 환경에서 나무랄 데 없는 보호를 받았지만, 아이들은 심한 우울 증세를 보였고 극단적 고립 상태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동을 드러냈다. 왜 이런 증세가 나타났을까. 아기는 엄마와의 적절한 공감을 통해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응집성 있는 자기가 출현하기 시작하는데 보육원의 아기는 엄마와 유대감이나 애정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병원과 보육원에 없었던 것은 유아 발달에 가장 중요한 요소 공감이었다.

 

공감 능력은 유아기 엄마와 아기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과 관계가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 하고 어떻게 돌보았는지에 따라 공감과 애착이 형성되며 사회적 관계망이 만들어진다. 영유아기에 부모의 부재나 따듯한 돌 봄과 격려가 없었거나 기억이 참혹하게 고통스러웠을 경우 그것은 뇌세포에 기록되어 성장 후에도 무의식적으로 지속하여 장애의 형태로 나타난다. 어린 시절 결핍된 공감과 애착이 뇌와 몸 세포에 각인되어 성장 과정이나 성인이 된 후에도 타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트라우마(Trauma)로 작용하여 인간에 대한 신뢰의 가치를 거부하고 상호 기초적인 믿음과 신뢰를 구축할 수 없도록 만든다. 결핍의 현재화는 깊이 왜곡되어 매사에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며 인격 장애 형태로 나타난다. 공감이 결핍된 존재로서의 인간은 외톨이가 되거나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시스트,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며 냉담하고 잔인하며 무책임과 충동적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나타내기도 한다.

 

신체적으로 학대당한 아이는 성인이 되고 학대가 사라지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못 해석하고 위험하지 않은 상황을 위협으로 자각하고 자기를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모욕을 당하면 내면의 공감 본능의 스위치가 꺼지게 된다. 따돌림을 당해 존재감을 못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곤경 앞에서 공감의 문을 열 수가 없다. 다른 사람과 정서적 유대를 나눌 수 없으므로 마음은 위축되어 뒷걸음질 치게 되다. 버려졌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게 된다. 화를 내는 것만이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고립되고 동류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만의 섬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의식과 애정과 친밀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공감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삶의 일부가 되어 의미 있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주는 심리적 수단이다. 즉, 우애적 유대감을 만드는 수단이 바로 공감이다.

 

김미령/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