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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네 가지 우상이 경고하는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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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08-03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네 가지 우상이 경고하는 것
마음학교 시민강좌
2014년 08월 03일(일) 19:15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올바른 판단력과 통찰력의 배양을 강조하며 인간을 그릇된 판단으로 이끄는 위험한 요소들을 지적하는 베이컨의 우상론은 그 의미와 지향점이 칸트의 계몽으로 연결된다.
무지몽매한 미몽의 어둠을 쫓아 내고, 의식에 밝은 빛을 비추겠다는 기치 하에, 권위나 편견이나 미신 등이 가지는 허위의식을 걷어내고 비판적이고 자발적으로 사유하겠다는 적극적인 정신적 태도인 계몽은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 되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베이컨이 각각 특이한 이름을 붙인 우상들은 그것을 따를 경우 인간의 지성이 흐려져 거짓에 말려들고야 마는 성향들이다.
그러나 베이컨의 경고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해볼 수 있는 철학적인 질문은 도대체 이 오류의 근절이 얼마나 어렵기에 베이컨 같은 철학자가 이것을 자신의 철학의 한 주제로 삼기까지 해야 했겠는가라는 질문이다.
베이컨은 종족, 동굴, 시장, 극장의 우상을 이야기하며 이것들을 오류로 이끌리는 인간의 충동이나 성향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중심적인 사고와 개인마다 특유한 편견이나 선입견, 언어에서 기인하는 공허한 논쟁과 신화에 붙들리는 일, 전통과 권위에의 맹신이 그가 경고하는 본성에 내재한 우상들이다. 이것들은 인간이 이들을 의식적으로 경계하지 않으면 은연중에 우리 인생사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성향들이다.
즉, 우리는 역사 속에서 우리 본성에 깃들게 된 특정 습관에 기대서 세상의 문제들을 해석하거나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어떤 결정들을 해 오고 있는 것이다.
달리 보면, 베이컨이 우상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성향들은 우리가 어떤 사태들을 인식하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직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원칙들인지도 모른다.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이 우상이라 불리는 오류로 이끄는 성향들은 인간을 둘러싼 문제를 단순화하고 결정을 용이하게 해 오면서 진화와 정신의 역사를 견뎌온 것들인지도 모른다.
우상을 통해 지난 권위와 전통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그래서 생존과 직결된 문제일 뿐 아니라, 이 우상을 우상으로 깨닫는 계몽의 시작을 위해서도 필요한 전제조건일지도 모른다.
생활 속에 나타나는 선현의 지혜를 우리가 속담이나 사자성어로 축약시켜 사용하고 이를 통해 은연중에 이 기존의 세계해석 방식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상을 근절하는 일의 지난함과 더불어 철저하게 역사적인 동물인 인간의 지평이 가지는 한계를 규정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래서 인간의 역사가 우리에게 허락한 한 습성인 우상의 한두 영역을 내 힘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거나 않거나에 있지 않다.
일상의 범속한 일들에서 우리는 단순화와 일반화 없이 생존할 수 없는 동물이다. 진정한 문제는 그러나 내 삶의 주인이 나 자신이어야 할 경우에도 우리가 타인의 도구를 가지고 사유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 경우 우상은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독소가 된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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