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활동
[전라매일신문-기고] 계몽이란 무엇인가? | |
---|---|
마음인문학연구소2014-07-2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시민강좌 -계몽이란 무엇인가?
프로이센의 철학자 칸트는 60세가 되던 1784년도에 아주 짧지만 철학사에서 중요한 획을 긋는 글을 하나 발표한다.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는 글이 바로 그것이다. 교회와 왕정의 권위가 강했던 당시 프로이센에서 교회 밖에서 행해진 결혼식이 있었다. 지금이야 종교적 제의에 쓰이는 건물 밖에서 결혼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이것이 사회에 큰 논란거리가 됐고, 학계를 포함한 독일사회 전체가 이 사건으로 양분돼 그 결혼의 적법성을 놓고 논쟁을 벌이게 된다.
이 논의를 종식시키기 위해 칸트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기고한 글이 짧은 분량의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누가 계몽이라는 말을 처음 썼는지는 불확실하지만 1784년 월간지 “베를리니쉔 모낫스쉬리프트(Berlinischen Monatsschrift)”의 9월호에서 모세스 멘델스존(Moses Mendelssohn)이라는 철학자가 이미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고 실제적인 교육과 문화와는 다른 이론적 교육이 계몽이라고 답하고 있다. 칸트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만일 알았더라면 같은 제목의 글을 써서 동일한 잡지에 기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두 글을 비교해보면 유약한 멘델스존의 글과 달리 칸트는 첫 문장에서부터 인간의지를 강조하고 있어 좋은 대조를 보인다. 세상을 살다보면 바른 판단력이 요청되는 상황들은 도처에서 발생하며, 올바른 사태의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범용이 비범한 것을 이용하여 허위의 질서를 세우고 거짓 권위가 판치는 일들이 발생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계몽의 정신이고 계몽의 의지이다.
계몽은 독일어로는 Aufklärung, 영어로는 enlightenment, 불어로 illumination이라고 쓰며 이 단어들은 모두 빛과 관계가 있다. 무지몽매한 미몽의 어둠을 쫒아 내고, 의식에 밝은 빛을 비추겠다는 것이 계몽의 의미이다. 권위나 편견이나 미신 등의 가지는 허위의식을 걷어내고 비판적이고 자발적으로 사유하겠다는 정신적 태도가 계몽인 것이다. 르네상스의 세속화된 양식을 따르고 세속화된 자아와 합리적 이성을 중시하는 계몽주의의 장점과 폐해를 모두 경험한 노년의 칸트가 계몽주의가 가진 좋은 정신이 어떤 것인지를 밝히고 있는 글이 바로 이 텍스트이다. 글의 서두에서 Kant는 “계몽”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계몽이란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미성숙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미성숙이란 자신의 오성을 타인의 지도 없이는 사용하지 못하는 무능력이다. 이 미성숙의 원인이 오성의 결여가 아니고, 타인의 지도 없이 오성을 사용하려는 용기와 결단성의 결여에 있을 때, 이 미성숙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Sapere aude! 너 자신의 오성을 사용할 용기를 내라! 이것이 계몽의 구호이다.” 옳은 판단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는 지금 칸트의 계몽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양대종/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