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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베이컨의 우상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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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07-2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베이컨의 우상론
시민강좌
2014년 07월 20일(일) 20:51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영국에서 제임스1세 치하에 대법원장을 지냈던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영국판 실사구시, 경험론의 개조이자 데카르트와 더불어 근세철학의 개척자로 간주되는 사람이다.
지난세기와의 단절과 전통권위에 대한 불신으로 특징지어지는 근세철학의 시조답게 베이컨은 진리에 이르는 보다 확실한 방법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이다.
베이컨의 경험적 방법론은 크게 부정적인 부분과 긍정적인 부분으로 대별하는데 이 중 인간을 그릇된 판단으로 이끄는 위험한 요소들을 지적한 부정적인 부분을 철학사는 베이컨의 우상론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1620년에 출간된 Novum Organon의 1권에 나온다.
우상은 옳은 지식과 진리의 획득에 장애가 되는 편견이나 선입견, 성향을 가리킨다. 환영(幻影)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는 라틴어 ‘Idola’의 번역이다.
인간의 지성을 흐리게 하고 학문의 개혁을 위해 극복돼야 할 우상의 해악을 베이컨은 “우상은 틀린 개념들을 가지고 인간의 오성을 점유하고 깊이 뿌리내려 인간의 정신을 압류하고 있다(apho. 38)”고 서술했다.
재미있는 것은 보통의 경우 사람들이 이 우상을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면 사람을 거짓에 말려들게 하는 마음의 경향이 바로 우상이다. 우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베이컨은 네가지 대표적인 우상을 열거하고 각각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 소개하고 있다.
첫째는 종족의 우상(idola tribus)으로 인간 종의 본성에 기인하는 오류로 끌리는 충동을 가리킨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인간 중심적으로 보는 의인관적 성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는 동굴의 우상(idola specus)으로 개개인에게 특유한 오류로 이끌리는 충동을 가리킨다. 한번 사로잡힌 견해가 일평생 한 인간의 객관적 판단을 흐리는 경우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셋째는 시장의 우상(idola fori)인데 이것은 언어의 혼란에서 오는 오류로 가기 쉬운 성향, 즉 인간이 잘못된 개념과 말을 통해 기만당하기 쉬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베이컨은 시장의 우상을 통해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공허한 논쟁과 불필요한 신화화를 경계하고 있다.
마지막 넷째는 극장의 우상(idola theatri)이다. 이것은 우리가 전통과 권위에 대해 가지는 맹목적이고 습관적인 추종을 뜻한다.
권위에 대한 맹신이 가장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분야는 아이러니하게도 종교와 학문분야다. 일견 전통과 권위가 중시돼야 할 것처럼 보이는 두 분야이지만 전통과 권위가 합리적인 설득과 이해를 통해 세워진 것이 아니고 맹목적인 것일 때 그 폐해는 실로 크다.
각각의 우상을 경계하며 베이컨이 염두에 둔 것은 올바른 판단력과 통찰력의 배양이었을 것이다.
결국 바른 사회를 만드는 교육의 지향점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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