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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불의한 고통
[전라매일신문-기고] 불의한 고통
마음인문학연구소2014-07-06

불의한 고통

 

종교 속 정의 이야기

 

2014년 07월 06일(일) 19:09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지난 호부터 우리는 고대 근동에 널리 퍼져 있는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고 있다.

구약 성경에서는 욥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착하게 살아가는 욥에 대해서 어느 날 사탄이 하느님에게 은근히 묻는다.

“욥이 까닭 없이 하느님을 두려워하면서 살겠습니까?”(1,9)

 

복 받은 욥이 하는 일마다 번성하기에 착하게 산다는 말이다.

하느님이 욥의 소유를 없애면, 그가 하느님 앞에서 불평을 할 것이라고, 욥에게 시련을 주라고 한다.

 

하느님은 사탄의 물음에 응한다. 그 뒤에 욥에게 다양한 재난이 내린다.

키우던 소와 나귀가 약탈당하고 일꾼들이 살해당한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서 양떼와 일꾼들이 타 죽는다. 설상가상으로 자식들이 머물던 집이 무너져서 소중한 자녀들을 잃는다.

 

이런 일 앞에서도 욥은 “벌거벗고 세상에 태어난 몸, 알 몸으로 돌아가리라”(1,21)며 하느님을 비난하지 않는다.

욥의 의연한 모습에 대해서 의기양양해진 하느님 앞에 다시 사탄이 나타나서 욥의 몸에 직접적인 고통을 주라고 한다.

 

욥은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심한 부스럼이 나게 된다.

그는 잿더미에 앉아서 토기조각으로 몸을 긁는다.

옆에 있던 아내가 하느님을 욕하고 죽어버리라고 한다.

 

그는 신에게서 좋은 것을 받은 것처럼 나쁜 것도 받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온 몸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비참한 몰골을 하고 있는 욥에게 친구들이 찾아온다.

 

욥의 친구들은 그가 받는 고통에 대해서 인과응보적인 결과라고 주장한다.

뿌린 씨앗에서 새 싹이 나오듯이 악과 불행은 심은 대로 거둔다는 것이다.

전능한 신이 그른 일을 한 적이 있느냐고 오히려 욥을 꾸짖는다.

 

욥이 스스로 지은 죄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그의 아들들이 죄를 지었을 수도 있다는 이색 주장도 나온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욥이 당하는 고통에 인간이 알 수 없는 교훈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하느님께 매를 맞는 일이야 즐거운 일 아닌가! 그러니 전능하신 분의 교훈을 물리치지 말게”(5,17)

우리는 의미 없는 고통 앞에서 적어도 우리의 머리와 마음으로는 이해 불가능한 고통 앞에서 인생을 저주하고,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나를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던 친구들과 가족들도 내가 겪고 있는 인생의 시련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을 때, 나눌 수 없는 고통은 배가된다.

 

우리는 고난 앞에서 외롭게 혼자 서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

이러한 고통 앞에서 우리들은 서로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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