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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욥과 사탄의 정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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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06-29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욥과 사탄의 정의
종교 속 정의 이야기
2014년 06월 29일(일) 19:13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지난 호에는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성스러운 경전인 히브리 성경의 이집트 탈출 이야기 속에서 ‘정의’로써의 하느님이 이스라엘인들을 해방시키는 신화를 통해서 우리 시대의 문제를 되물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는 삶이 고통스러울 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신이 과연 있는지, 있다면 왜 이렇게 우리가 보내는 나날들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지 묻게 된다. 특히 의로운 사람, 무고한 사람들의 ‘까닭 없는’ 고통과 죽음을 직면하면서, 신이 정의로운지 반문하게 된다.
고대 근동에서 이와 비슷한 질문을 던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메르, 바빌론, 이집트 문헌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봐 이 지역 사람들 사이에 공유됐던 설화였을 것이다. 병에 걸리고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인간의 비참함과 고통의 의미에 대해서 묻고 있는 아주 오래된 텍스트들이다. 구약 성경에서는 우스 지방에 살았던 욥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우스는 정확한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지역으로, 사해 남동쪽 지방이나 갈릴래아 호수 북동쪽이라고 추측된다. 욥의 이야기는 기원전 6세기에 당시의 강대국 바빌로니아의 수도 바빌론으로 끌려갔던 유대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예루살렘이 불타고 동포들이 죽거나 끌려가는 상황에서, 신이 과연 존재하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어떻게 그러한 불의가 가능한지 물을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성경 속의 인물 중에서 예수를 제외하고 욥만큼 흥미로운 인물이 또 있을까.
잘못 없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통에 대해서 당돌하게 신에게 따져 묻고 있는 그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해 준다. 욥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복잡한 욥기 텍스트들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구약학자들과 철학자들의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구약 성경 속의 욥을 중심으로 정의의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욥은 어떠한 인물인가.
그는 덕망 높은 사람으로 신을 경외하고 나쁜 일을 멀리하는 의로운 사람이었다. 부인과 더불어 아들 일곱에 딸이 셋, 많은 종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재산은 양과 낙타와 소와 나귀가 수 천 마리 되는, 동방의 부자였다. 자식들의 행실을 조심시키고, 혹시라도 마음속에서 자신이 모르는 죄를 짓지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사는, 그야말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자였다.
하루는 하느님에게 사탄이 은근히 “욥이 까닭 없이 하느님을 경외하겠습니까?”(욥기 1,9)라고 물었다. 하느님이 복을 내려 욥을 번영하게 만들어 줬기 때문에 하느님을 섬긴다는 것이었다. 욥의 소유를 없앤다면 그가 하느님을 저주할 것이라 예견했다. 하느님은 사탄의 내기에 응했다. 성경 이야기 속 사탄도 인과응보에 근거한 나름의 종교적 ‘정의론’을 펼치고 있다. 내 일이 잘 풀리기를 원하거나 신의 징벌을 두려워해서 신을 믿는 것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것과 같다. ‘정당한’ 보상의 결과를 기대하는 ‘까닭 있는’ 신앙에 대한 조소이다. 사탄의 예견은 맞아 들어갔을까? 욥은 이유 없는 고통의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