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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마음의 소화불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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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06-08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의 소화불량
2014년 06월 08일(일) 20:02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마음의 감정 상태는 곧 몸으로 표현된다. 오장육부와 경낙은 생각과 감정을 나르는 통로이다. 마음이 움직이면 오장 육부가 다 흔들리고 오장 육부가 흔들리면 주요 경맥이 반응하여 순환에 영향을 준다. 기뻐함, 생각함, 원망함, 추움, 열이 남, 피로 등은 각각의 몸 상태를 수반하고, 기(氣)는 오장(五臟)과 결합하여 감정을 형성한다.
기(氣)가 심장과 합치면 기뻐하고 폐와 합치면 슬퍼하며 간과 합치면 분노한다. 또한 비장과 합치면 두려워하고 신장과 합치면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기뻐해 심장을 상하면 빨리 걷지 못하고 오래 서 있지 못한다. 몹시 성내어 간을 상하면 기가 치밀어 견디지 못하고, 지나치게 근심하거나 생각해 폐나 비장을 상하면 밤에 잠을 편안히 자지 못하고 적취(積聚)가 생겨 음식을 먹지 못하며 배가 불러 오르고 그득해 팔다리가 나른해진다.
그리고 기(氣)가 전체적으로 순환하지 못하면 제 마음대로 결단하지 못하고 구역질이 나면서 메스꺼워진다. 기가 막히고 뭉치는 기병의 원인은 곧 마음작용의 소화불량이다. 마음의 소화불량은 기의 불균형을 일으키고, 기가 막히며 담연(痰涎: 가래와 침)이 뭉쳐 우주의 순환을 막는다. 즉 기가 불통(不通)하면 담이 생기고 담이 성하면 기가 더욱 몰려 병이 생긴다. 이렇게 체내에 군더더기로 몰린 담을 담음(痰飮)이라 하는데, 병은 기병(氣病)으로 인한 담음(痰飮) 때문에 생긴다 .
특히 모든 공사(公私)의 일로 답답해하고 명리가 뜻대로 되지 않아 억울해하고 번뇌할 때 담음의 울체가 생긴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현대인들의 욕망과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병리 현상 그대로이다. 감정과 생리는 하나이다. 우리는 흔히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마음작용들에 대해서 아무런 성찰이나 의식 없이 자동적으로 끌려 다니며 산다. 그러나 동의보감에 의하면 부정적인 마음작용이 기의 순환을 막고 몸의 건강을 해치는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동의보감은 특히 오장의 크기와 위치, 혹은 놓인 상태에 따라서도 성격에 차이가 남을 말하고 있다. 오장이 모두 작은 사람은 몹시 속을 태우고 시름과 근심이 많은 반면, 오장이 모두 큰 사람은 일에 느긋하고 근심할 정도로 일을 하지 않는다. 오장이 원래 위치보다 높게 있는 사람은 잘난 체하고, 원래 위치보다 낮게 있는 사람은 남의 부하되길 좋아하며, 오장이 모두 똑바로 놓여 있으면 화합하고 남을 이롭게 한다.
그리고 오장이 모두 비뚤게 놓여 있으면 마음 역시 바르지 않아 사람들과 좋게 지내지 못하고 말을 이랬다저랬다 잘 바꾼다. 이렇게 동의보감은 심신일원의 관점을 토대로 마음은 몸에 의해, 그리고 몸은 마음에 의해 서로 규정됨을 보여준다.
정혜정 /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