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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책임의식·공감능력 상실은 개인과 사회적 재앙 원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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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05-1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시민강좌> 책임의식·공감능력 상실은 개인과 사회적 재앙 원인
2014년 05월 11일(일) 19:46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이 봄이 아름답지 않다. 진도 앞 바다에서 어른들의 무책임함에 어린 생명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더 끔찍한 것은 우리 딸이 작년에 그 배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갔다 왔다는 사실이다.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려온다. 아이들 둔 부모의 심정은 모두 다 같을 것이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가족을 기다리며 막막한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살아 있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차분하게 물어야 한다. 단지 슬퍼하고 흥분하면서 선장과 선박회사, 그리고 사회안전망 구축에 실패한 정부만을 욕하는 것으로 끝나버린다면, 이러한 참담한 대형 사건들이 반드시 우리를 불시에 또다시 엄습해 올 것임에 틀림없다.
승객구조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무책임함, 화물의 과적을 알고도 방조 혹은 묵인한 사람, 사건 발생 후 초기 대응에 실패한 해경의 관계자들, 해운 항만법의 규제 완화의 책임 등등에 관해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반성하고 따져 물어야 한다.
그리고도 남는 문제가 있다. 우리 자신도 바로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 일원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남의 일 보듯이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사건을 낳게 한 일말의 책임은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단어가 바로 ‘책임의식’과 ‘공감능력’이다.
공자도 “일에 임해서는 그 일을 완성시키기까지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잘 도모해 일이 이뤄지게 노력해야 한다(臨事而懼, 好謀而成)”고 강조한다. 과정을 생략하고 실적과 성과만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편법과 불법을 묵인하고, 겉으로는 비판하면서도 속으로는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공자는 핵심사상인 인(仁)을 충(忠)과 서(恕)로 설명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책임의식’과 ‘공감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충(忠)을 흔히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충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다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귀(富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거기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가난과 천함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벗어나지 못하면 그것을 떠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흔히 눈앞에 펼쳐진 자신의 이익을 위해는 남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쟁취하려 한다. 불이익이 돌아오게 되면 그것을 피하기에만 급급해 한다. 이러한 급급함 속에서는 삶의 진정성이나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일시적으로는 개인의 이익이 증대될지 모르지만, 종국에 가서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불행을 가져오게 된다. ‘세월호 참사’가 바로 그러한 예에 속한다. 그리고 책임의식이 강한 사람에게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언제나 드러나게 된다. 공자는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仁)”고 했다. 남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먼저 내 마음을 돌아보면 된다. 내가 하기 싫으면 남도 하기 싫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공감능력이다. 삶에서 책임감과 배려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선장으로서 일말의 책임감과 남의 고통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있었다면, 최소한 “대피해!”라는 한 마디는 하지 않았을까?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