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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정신을 어디에 두었나?
[전라매일신문-칼럼] 정신을 어디에 두었나?
마음인문학연구소2014-05-11

<마음인문학 칼럼> 정신을 어디에 두었나?

 

2014년 05월 11일(일) 19:47 [(주)전라매일신문]

 

목욕을 하러 갔다가 이발을 하게 됐다. 조발을 하던 이발사가 핸드폰이 울리자, 잠시 손을 멈추고 통화를 했다. 부인과 전화통화를 하는 듯했다. 몇 마디 나누더니 “넋 빠진 녀석,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정신 차리라고 그래. 지금 손님 이발 중이니까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라고 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는지 그의 더운 콧바람이 목덜미까지 전해왔다.

 

 

‘넋 빠진 녀석’,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어린 시절, 실수를 저질렀을 때, 어른들께 듣던 말이다. 마음공부를 하다 보니 이런 말도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으로 쓰는 말, 심지어 혼내고 욕하는 말에까지 까닭이 담겨 있다. 넋이란 영혼을 말한다. 산 사람에게서 넋이 빠져나가면 죽었다는 것이니 산송장과 같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살아있으니 실은 넋이 안나갔으되 넋 나간 사람 같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내 심신(心身)에 나의 넋이 늘 함께 있다. 내 마음이 길을 바로 잡고 있으면 제 정신이 차려져서 넋이 온전하니 바른 삶을 살 것이다. 마음이 체(體)를 바로 잡고 있지 못하면 온전한 생활을 하지 못한다. 사람이 자신의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할 ‘정신’을 어디에 둔지 모르고 몸만 다닌다면 그것 역시 넋이 빠진 것과 같다.

그런데 넋은 눈을 사용할 때도 있고, 귀를 사용할 때도 있고, 코를 사용할 때도 있고, 입을 사용할 때도 있고, 몸을 사용할 때도 있고, 마음을 사용할 때도 있다.

 

 

내 몸과 마음은 넋을 담고 있는 그릇과 같다. 본래 하나인 넋이 만나는 인연을 따라 내 심신작용(心身作用)을 통해 다른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승객들의 안전을 지키고 그들의 생명을 살려야 할 책임을 가진 선장과 선박직 직원들이 본인들 목숨만 살리려고 탈출한 사실에 유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공분을 하고 있다.

 

 

위기의 상황에 그들이 넋이 빠지지 않고 정신을 온전하게 차려 자신들의 본분을 잊지 않고 충실히 했더라면 금보다 귀한 골든타임에 아직 꽃도 피우지 못하고 바다 속에 잠겨있는 저 많은 생명들을 충분히 건질 수 있었을텐데 끝내 저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내 심신을 잘 사용해 본래 온전한 넋이 바로 있게 해야 하는 일은 위경(危境)에나 평시에나 늘 해야 할 일이다.

비단 나를 보고 한 말은 아니지만 ‘넋 빠진 녀석’, ‘정신 차려’하는 한마디 말이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나상호 / 영광국제마음훈련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