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인문학 기고) 고전적인 정의의 개념

2014년 04월 20일(일) 18:07 [(주)전라매일신문]

“누구에게나 그 자신의 것이 주어져야 한다”라는 정의의 정의(Definition) 자체가 다른 덕들과 다른 정의의 특성을 나타낸다. 그것은 정의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한 덕이라는 사실이다. 정의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 독립된 타인으로 마주 선다. 정의는 파트너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되는 덕이다.

정의로운 자는 타인을 나와 다른 사람으로 인정하고 타인에게 그에게 속한 것을 줌으로써 정의롭게 되는 것이다. 이 타인과의 관계에서만 성립하는 덕이라는 특성에서 정의의 또 다른 특성이 나오는데, 그것은 정의가 외적인 행위를 통해서만 실현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외적인 행위를 통해서만이 내 밖에 있는 타인에게 그의 것이 주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정의와 부정의가 언급될 때는 행위자의 내면의 상태나 동기와 상관없이 행위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

공동체 속에서의, 혹은 인간 상호관계의 올바른 관계로써의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공동체의 세 가지 기본구조가 올바르게 정립돼 있어야 한다. 우선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과 개인사이의 관계, 둘째, 사회전체의 개인에 대한 관계 그리고 개인의 사회전체에 대한 관계가 그것이다. 이 각각의 질서형태에 상응하는 정의의 세 가지 형태가 바로 보상정의 혹은 교환정의(iustitia commutativa), 분배정의(iustitia distributiva) 그리고 법적일반정의(iustitia legalis)이다. 그리고 각각의 질서형태마다 정의실현의 대상에게 돌려지는 자신의 것, 즉 자신의 몫이 다르다.

보상정의 혹은 교환정의(iustitia commutativa)야 말로 고전적 의미의 정의의 형태라 할 수 있겠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정의로 이때 각 개인은 서로 다른 타인으로 마주서게 되고 이 보상정의의 경우에만 동일성과 등가성이 완벽하게 실현된다. 보상정의의 본질은 복구(restitutio)로, 복구란 끊임없이 개인을 그의 소유와 재산으로 정당하게 귀속시키는 행위이다. 공동체 내의 인간질서는 끝없는 변화 속에 있다.

모든 인간의 행위는 행위자를 채권자나 채무자로 만들고 도달된 균형의 상태는 계속해서 변하게 된다. 이 균형의 상태가 보상정의를 통해 끝없이 복구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상정의의 달성이란 공동체가 존속하고 인간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한 영원히 계속되는 과제이다. 정의의 기준이 되는 힘의 동일성, 권리의 동일성이 영원히 복구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보상정의의 이상이 뜻하는 바이다.

양대종/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