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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인간은 질문을 통해 새로운 삶 모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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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04-2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인간은 질문을 통해 새로운 삶 모색
2014년 04월 20일(일) 18:04 [(주)전라매일신문]
철학을 한다는 것은 단지 어떤 철학자의 사유의 결과물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물음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물음 속에는 언제나 현재라는 시점이 반영되어야 하고,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에 대하여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즉 지금 나는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인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지향하며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질문을 하지 않거나, 질문이 없다고 한다면,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그 자신이 삶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보면 그 사회가 공동으로 지향해야할 어떤 목표나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철학이 부재한 사회, 물음이 없는 사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잘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최고이고, 출산율이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률이 최고라는 것은 현실에 대한 회의와 좌절감을 표현하는 것이고, 출산율이 최저라는 것은 불투명한 미래의 삶에 대한 불안과 절망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지금 꿈을 잃어버린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것은 짧은 시간에 압축적 근대화를 이룩한 우리사회의 부정적 측면이 낳은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IMF를 거치면서 사회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도입되어, 사회 전분야가 다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함으로 인한 삶의 피로감이 그러한 현상을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생존이란 미명아래 다들 무한경쟁의 각축장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더 암담하게 하는 것은 한 사회의 미래를 가름해볼 수 있는 교육의 내용이 모두 다 이러한 사회적 성공을 위한 지식을 가르치는데 모든 정열을 쏟아 붓고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초, 중고등학교의 교육은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이고, 대학을 들어와서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한 직업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한 교육 속에서 인간의 삶의 진정한 가치와 방향성을 묻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지금의 비극적 상황을 그대로 방기할 수는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다 그러한 위기상황에서 다시금 질문의 제기를 통하여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바로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삶의 경건성(敬虔性)을 회복하는 것이다. 삶의 경건성은 물질적 풍요나 사회적 성공이라는 외형적인 것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허황된 욕망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의 가치를 더 높이려는 도덕의식에서 비롯될 수 있다. 도덕의식으로부터 우리는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넘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어떻게 아름다운 ‘공존’을 할 것인가를 질문하게 된다. 도덕적 실천은 자기 결단을 요구하는 의지의 작업이다. 그래서 공자는 “자신을 이겨서 삶의 보편적 법칙에 맞게 살아가려는 것이 바로 인仁을 실현하는 것이다(克己復禮爲仁)”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철학적 질문을 한다는 것은 바로 고정된 틀과 선입관을 깨기 위한 자발적인 결단의 작업인 것이다.
박승현 /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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