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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낯꽃이 활짝 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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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6-03-07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 낯꽃이 활짝 폈어요!
2016년 03월 06일(일) 17:36 [(주)전라매일신문]
봄이 옵니다. 봄이 봄인 것은 볼 꺼리가 많아서이고 볼 꺼리는 단연 꽃이 으뜸입니다. 춘설이 흩날리는 날에도 꿋굿 하게 피어있는 매화는 봄이 머지않았음을 알려줍니다.
어릴 적 우리 엄마는 제게 “낯꽃 좀 펴라 잉”이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제가 인상 꽤나 찌푸리고 다녔거든요. 잔소리로 흘려들었던 그 말이 나이가 먹어갈수록 귀에 속속 들어옵니다. ‘그래 낯꽃 피고 댕겨야지’ 낯은 얼굴입니다. 활짝 핀 꽃이 예쁘고 사랑받듯 자기 얼굴 표정을 잘 관리하라는 뜻일 겝니다.
하지만 낯꽃을 피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저절로 피는 꽃이 있나요? 저절로 피는 저 꽃에도 긴 겨울, 거친 바람과 시린 눈을 견뎌낸 인고의 시간이 갈무리 됐거든요.
낯꽃을 피우려면 얼굴이 마음인 줄 알아야 합니다. 신체 가운데 목 위 부분 눈귀코입이 있는 머리 앞면을 얼굴이라 하는데요. 의미상으로는 얼을 담는 굴, 굴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굴은 분명 있지만 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자기 얼굴을 눈으로 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가 본 것은 거울이나 사진을 통해 좌우가 바뀌어진 얼굴이지 진짜 자기 얼굴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보이지 않지만 없다고 할 수 없는 마음과 같습니다. 목을 경계로 윗 부분을 마음, 아랫부분을 몸이라고 해석하면 심신이 분리되지 않게 됩니다.
낯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얼굴의 표정을 느끼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얼굴에 있는 눈으로 잘 보고(시각), 귀로 잘 듣고(청각), 코로 냄새와 분위기를 잘 맡고(후각), 입으로 잘 말하고 잘 먹고(미각), 손과 발이 접촉하고 닿는 피부감각을 잘 느끼는(촉각) 오감이 계발돼야 합니다. 이렇게 오감을 전체적으로 느끼고(感)알아차리는(覺) 감각이 계발돼야 생각과 감정의 일어남과 사라짐도 감각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감각능력이 계발돼야 비로소 보이지 않는 얼굴 표정을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이 감각능력을 상실한 채 생각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에 세뇌되고 이념으로 무장돼 눈을 사용할 때 생각으로 판단분별 해 보고, 귀를 사용할 때 생각으로 판단분별 해 듣고, 코를 사용할 때 판단분별 해 냄새 맡고, 입을 사용할 때 판단분별 해 맛보고. 몸을 사용할 때 판단분별 해 접촉합니다. 그 결과 ‘지금 여기’의 느낌이 사라지고 과거와 미래로 분열돼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히는 희생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생각에 빠져 살면 결코 낯꽃을 필 수가 없습니다. 얼굴 표정을 느끼고 알아차리는 순간이 바로 낯꽃이 활짝 피어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노래하지 않았을까요?
/행복가족캠프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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