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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단지 현재로 돌아오도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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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6-02-29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단지 현재로 돌아오도록
2016년 02월 28일(일) 20:02 [(주)전라매일신문]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가 자라는 매순간 마음 졸이며 바라보지만 특히 자녀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물건 훔치는 경험을 하는 시기가 되면 더욱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내 딸이, 내 아들이 남의 물건을 훔치는 비도덕적인 아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엄하게 꾸짖고 회초리를 들게 된다. 돌아보면 나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이가 죄책감으로 자신을 자학하지 않고 훔치고 싶은 마음에서 자유를 얻게 해줄 수는 방법은 없을까. 죄책감을 갖는다는 것은 죄를 뉘우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물건 훔치는 아이로 단정 짓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죄책감은 오히려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아이 엄마가 최근에 아이가 초콜릿을 훔쳐서 아이와 같이 그 마음으로 공부한 얘기를 해줬는데 놀라웠다. 며칠 전 아이 엄마에게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 가게 주인이라며 아이가 초콜릿을 훔치다가 걸렸다는 전화가 왔단다. 아이 엄마는 평소 마음공부를 지도해주는 선생님에게 먼저 전화했다고 했다. 그 선생님은 아이에게 죄의식을 심어주지 않게 주의하면서 ‘나는 마음’과 ‘내는 마음’을 가르치라고 하셨단다. ‘나는 마음’은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마음을 가리키는 것이고, ‘내는 마음’은 ‘나는 마음’을 발견한 후 멈추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셨단다. 아이 엄마는 선생님과 통화한 후 바로 아이를 데리고 가게에 가서 정중하게 사과했단다. 경찰서나 학교로 전화하지 않고 엄마인 자신에게 전화해줘서 감사하다는 얘기도 했다고 했다. 아이 엄마는 가게 주인에게 아이가 자신의 잘못은 확실하게 알되 죄책감을 갖지 않고 훔치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초콜릿 훔치고 싶은 마음을 멈추는 공부 잘하자는 의미에서 아이와 가게에서 초콜릿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그러자 화가 나 있던 가게 주인도 감동하고 아이도 주눅 들지 않고 훔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멈추는 공부하겠다며 밝게 웃었다고 했다.
누구나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 때 죄책감으로 자신을 억압하고 비난하기 보다는 단지 지금 그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 그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훔치고 싶을 때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공부하듯이 자신을 비난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비난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 경계따라 실수할 때도, 잘못을 저지를 때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실수하는 사람이 아니고 원래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음에 마음을 원만하게 잘 사용할 기회를 스스로 주는 것일 터이다.
누가 나를 실수하는 사람, 잘못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을 찍어도 속지 말 일이다. 단지 현재로 돌아와 그 마음으로 공부하면 된다.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오덕진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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