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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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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6-01-3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2016년 01월 31일(일) 19:35 [(주)전라매일신문]
우리가 무엇이든지 (그것이 학습을 통한 지식이건 명상을 통한 지혜이건) 배우기 위해서 거쳐야하는 네 가지의 단계가 있다. 그것을 ‘의식의 4단계’라고 부르자.
첫 번째가 ‘무의식적(無意識的) 무지(無知)’이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배워야할지 구분이 전혀 없는 백지와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필요함을 발견하지 못하니 구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뱃속 편하고 자유로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또는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원초적 무지의 상태는 어린아이가 자신에게 닥친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과 동일하다.
두 번째는 ‘의식적(意識的) 무지’이다.
자기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상태이다. 「논어」를 살펴보면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이것이 곧 아는 것(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 시지야是知也)”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는 단계가 의식적 무지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는 순간,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무수한 과제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이 단계가 되면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반면에 도전은 고사하고 이 단계에서 그냥 주저앉아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세 번째가 ‘의식적 지식(知識)’ 무지의 껍질이 벗겨지고 앎이 발현하는 단계이다. 그러나 의식을 놓치게 되면 지식은 곧장 퇴보한다. 억지로 챙겨서 무엇인가를 이끌어가야 한다. 이 단계에서 노력은 필수가 된다. 살을 빼고자 헬스클럽을 등록하고 야식을 끊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며칠 또는 몇 달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의식적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유혹을 물리칠 수가 없다. 일반적인 앎과 지혜가 이 단계에서 무릎을 꿇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단계가 ‘무의식적 지식’이다. 이 단계는 능수능란함이 극치에 달은 상태이다. 애써서 무엇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단계이다. 도가의 ‘무위지치(無爲之治)’ 함이 없이 저절로 다스려지는(그것이 조직이든 마음이든) 경지이며 유가의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은 경지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서 따로 무슨 인위적 노력을 요구하지도 않게 된다. 자신의 무의식적 직감이 풍부하게 발달됐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무지(無知)와 무욕(無欲)에서 오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행복감이 충분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따로 구하지 않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학습을 통한 지식의 축적이거나 명상을 통한 직관의 계발이거나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의 의식은 어느 단계에 머물러 계시는지? 바로 이것이 올해의 화두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되겠다.
/마음인문학연구소 박대성 마음공부지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