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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항상 맑으면 사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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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6-01-24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항상 맑으면 사막
2016년 01월 24일(일) 19:45 [(주)전라매일신문]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말을 가끔 듣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누군가 응원의 의미로 해주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으면 내가 마주한 상황이 더욱 부담이 되고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왜일까요?
힘든 상황과 마주했을 때 당황스럽고 원망하는 마음이 나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그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부하면 표면적으로는 괜찮은 것 같지만 마음 밑바닥에서는 감정의 크기가 더욱 커지고 무거워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빛·웃음·긍정·행복만을 추구하다보니 정작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마음은 외면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 말대로 항상 긍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요? 항상 웃으며 살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항상 웃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밝은 기운을 가졌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웃어야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올라와서 자신이 웃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도 계속 웃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 웃음치료가 굉장히 유행했습니다. 웃으면 병도 낫고 인간관계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웃음치료의 효과가 큰 면도 있습니다. 웃을 때 신체 변화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웃음치료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 무조건 웃어야 한다고 감정을 강요하면 안 됩니다.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울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울음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깊고 깊은 마음의 상처를 피하지 않고 지긋이 바라보는 시간,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울음 치료로 암을 치료한 사례가 있다고 하니 울음도 웃음만큼이나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항상 맑으면 사막이 됩니다. 항상 웃고 좋은 감정만 유지하려고 하면 마음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아프게 됩니다.
슬프고 절망적이고 당황스럽고 화날 때 그 마음의 상태를 온전히 다 안아주어야 합니다. 슬퍼질 때 ‘슬퍼지면 안 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해’라고 강요하지 않고 “내가 지금 슬프구나. 내가 항상 슬프고 우울한 사람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슬퍼지는 것이구나”하고 그 마음을 잘 다독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에 그림자가 드리울 때 내가 아닌 누군가 그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위로해주면 더할 나위없겠죠. 하지만 내 감정과 마음을 가장 먼저 위로하고 다독여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내가 슬픔을, 외로움을, 우울함을,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슬프구나’, ‘외롭구나’, ‘우울하구나’, ‘괴롭구나’ 알아줄 때 감정들도 머물 만큼 머물다가 사라집니다. 비가 오다가 그치듯이, 밤이 지나면 날이 밝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안아주세요.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오덕진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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