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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 다른 견해가 있는데…
[전라매일신문-칼럼]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 다른 견해가 있는데…
마음인문학연구소2016-01-04

마음인문학 칼럼-세상에는 사람 수만큼 다른 견해가 있는데…

 

 

 

2016년 01월 04일(월) 20:27 [(주)전라매일신문]

 

대학교를 다니는 남학생이 ‘남자답지 못해’ 고민이라며 심각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주위에서 ‘남자애가 왜 남자답지 못하냐’, ‘여자 같다’고 놀림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 학생은 자신의 고민을 풀기 위해 정신분석을 공부했는데 원인을 발견했지만 해법을 찾을 수 없어 더 절망적이라고 했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론에서 남자아이는 3~6세 사이의 남근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경험한다고 한다.

‘아버지처럼 자유롭게 어머니를 사랑하고 싶다’는 소망은 ‘아버지와 같이 되고 싶다’는 선망으로 변해서 부친과의 동일시가 이뤄지고 이 과정을 통해서 성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저는 남근기에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데 경쟁 상대가 없었어요. 경쟁 상대를 닮아 가야하는 시절인데 그 대상이 없었던 거죠. 그것 때문에 사랑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저에게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늘 괴로웠습니다”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반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과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 학생뿐 아니라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 학생에게 ‘여자 같다’고 말하기 이전에는 자신이 ‘남자다’, ‘여자다’, ‘남자 같다’, ‘여자 같다’는 분별조차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여자 같다’고 말하는 순간 갑자기 ‘난 남자인데 여자 같다’는 분별이 생긴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온통 문제인 것만 같아 괴로워진다. 알고 보면 ‘남자답다’, ‘여자답다’는 말도 말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판단한 것이지 정확한 기준은 없다.

그 자리에는 그저 ‘나’가 살아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분석하고 판단하는 ‘나’가 아니라 그 모습 그대로 온전한 ‘나’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살아있는 ‘나’는 외면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 맞는 ‘나’를 만들려고만 한다.

그 학생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공부한 것도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의도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니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긴 하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도 자신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의 견해에 다 맞춰 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전에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 이전에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강사 오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