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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진짜 나를 만날 시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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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5-12-13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 진짜 나를 만날 시간
2015년 12월 13일(일) 19:33 [(주)전라매일신문]
오랜만에 꽤 괜찮은 영화를 봤습니다.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넘겨짚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마음’이나 ‘심리’와 같은 주제에 꼼짝을 못하는 저 같은 교무에게 이번 영화는 그러한 오해를 충분히 상쇄하고 남는 영화였습니다.
‘진짜 나를 만날 시간’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영화는 주인공 소녀 라일리 내면의 심리적 변화를 유쾌하고도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라일리의 자아에 내재된 5가지의 성격은 각각 기쁨이(Joy), 슬픔이(Sadness), 버럭이(Anger), 까칠이(Disgust), 소심이(Fear)라는 이름의 인격적 존재로 묘사돼 있습니다.
주인의 외모를 빼다 박은 이 다섯 성격은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도 존재하는데 자기 주인의 감정을 제어해 나가는 모습이 마치 우주선을 조정하는 모습처럼 그려집니다. 이사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바쁘게 감정의 신호를 보내지만 실수로 기쁨이와 슬픔이가 본부를 이탈하게 되자 라일리의 마음속에도 큰 변화가 생깁니다.
이 영화는 기쁨이와 슬픔이가 라일리의 예전 모습을 되찾아 주기 위해 방대한 기억들이 저장돼 있는 마음의 세계에서 험난한 과정을 거쳐 본부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인사이드 아웃에서 그려지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마음의 모습에 관한 이론은 이미 여러 경로로 우리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칼 융의 경우에는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뉘고 이는 다시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의 다층구조로 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폴 맥린의 ‘삼위일체 뇌’ 이론의 경우에는 인간의 뇌가 파충류의 뇌(본능 영역), 포유류의 뇌(감정 영역), 영장류의 뇌(이성 영역)의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한 인간이 일으키는 비이성적 행동의 이면에는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의 작용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상의 다양한 이론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당장 방석을 펴고 명상에 들면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곧바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의 내부 구조는 하나의 단일한 모습이 아니라 대소유무와 시비이해가 새겨진 다양한 모자이크가 그려내는 한바탕의 영화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원불교 법문 하나가 영화의 의미를 새롭게 합니다. “중생은 희·로·애·락에 끌려서 마음을 쓰므로 이로 인해 자신이나 남이나 해를 많이 보고, 보살은 희·로·애·락에 초월해 마음을 쓰므로 이로 인해 자신이나 남이나 해를 보지 아니하며, 부처는 희·로·애·락을 노복같이 부려 쓰므로 이로 인해 자신이나 남이나 이익을 많이 보나니라”
주인의 처지 임에도 권한을 잃고 감정들의 주도권 다툼을 멀뚱히 바라만 봐야하는 게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로 벌어지는 삶의 모습이 아닐까요? 물론 아직은 법이 승리하는 경우가 반타작도 되기 어려우니 법강항마(法强降魔)의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합니다.
/박대성 명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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