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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분노하게 하는 우리 사회이야기
[전라매일신문-기고] 분노하게 하는 우리 사회이야기
마음인문학연구소2015-12-20

마음학교 시민강좌(63)

 

분노하게 하는 우리 사회이야기

 

2015년 12월 20일(일) 19:17 [(주)전라매일신문]

 

 

 

 

마음인문학연구소

 

ⓒ (주)전라매일신문

 

분노는 수천 년 전부터 우리와 함께 해오며 때로는 무기가 되어 주었고 때로는 연장이 되어주었다.

분노는 만성병의 근원이 될 수도 있지만, 올바른 동기에서 생존을 위해 발휘되는 분노의 힘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 만큼 그 영향력은 강력하다. 부당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으로 화를 내는 기능적 분노는 삶의 불만에서 나오는 역기능적 분노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분노가 부적절하게 표현될 때 파괴적으로 표현된 분노가 만성적으로 지속될 경우, 심혈관 질환과 반사회성 성격장애 그리고 폭발성 성격장애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역기능적 분노 유발 원인은 신경 생리적 관점, 사회 환경적 관점, 심리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역기능적 분노 유발의 원인이 전적으로 신체 및 생리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될 것이고, 환경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면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통합적 관점에서 그 원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사회 환경적 측면에서 분노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불공정에 대한 인식에 있다.

자신이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억울한 느낌과 생각은 자기가 속한 공동체나 조직에 대한 불만을 낳고, 이 불만이 쌓이면 결국 분노로 폭발한다.

 

상대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소유물을 차지했다고 생각할 때 분노는 더 커진다. 세상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은 분노를 일으키고 나아가서는 공격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최후통첩 게임에서도 잘 나타난다.

‘갑’이라는 사람에게 10만 원을 건네주면서 “지금 드린 돈을 저분(을)과 나눠 가지십시오. 얼마를 줄 건지는 당신이 결정하세요. ‘을’이 당신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그렇게 나눠 가지면 됩니다.

 

하지만 ‘을’이 거부하면 두 분 모두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라는 조건을 내건다. 이때 배분권을 가진 ‘갑’은 돈을 깔끔하게 절반씩 나눌 수도 있고 탐욕스럽게 자신이 다 가질 수도 있다. ‘을’의 입장에서는 갑이 주는 대로 일단 받고 보는 것이 이득일 것 같으나,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을’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정당한 정도의 공정한 배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거침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 이유는 배분권을 가진 ‘갑’은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 훨씬 더 많은 돈을 가져갈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러한 결과는 인간은 물질적 이득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공정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서라도 공정성을 해치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함에 대한 요구는 인간을 비롯한 인지적으로 고등한 동물의 본성에 깊이 새겨져 있다.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학습되는 게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발달한 본능으로 보인다.

 

둘째, 모욕감과 시기심이 분노를 유발한다. 시기심을 느끼고 있는 실험자의 뇌를 분석한 결과 변연계와 전전두엽을 잇는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의 뇌는 시기심을 고통으로 인지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아픈데 이게 모두 저 사람이 가진 것 때문이라면 당연히 화가 난다. 시기심은 자신이 세운 기준이 아닌 타인으로 인해 세워진 기준에 따른 비교 심리에 의한 열등감을 통해 형성된다.

 

열등감은 자아존중감에 상처를 준다. 나’를 바탕으로 한 자아 존중감 대신 타인’을 바탕으로 한 비교 심리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때 우리는 분노와 시기에 빠진 인간이 된다. 분노는 타인과의 비교에서 기인하며 자기 이익과 배치될 경우에 시작한다. 우리는 타자로부터 환원된 획일화된 잣대로 우월감과 열등감에 빠지게 하는 주변 사회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

 

 

셋째, 사랑받지 못하면 분노한다. 나의 장점을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을 때 화가 난다. 우리의 모든 대화에는 나를 알아주세요. 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그 외침이 허공으로 흩어질 때 아무리 많은 대화를 나누어도 마음이 허전하다. 애정과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충분한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하면 마음에 구멍이 생겨 허세를 부리거나 일시적 위안에 집착함으로써 구멍을 메우려 하지만, 그럴수록 애정과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 멀어져 애정 욕구는 좌절되고 분노가 쌓인다.

 

이밖에도 우리가 분노할 수밖에 없는 많은 이유를 우리 사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자신의 구멍 난 마음에서 분출되는 분노를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근본적으로 메워 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분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자기 삶의 내면에서 출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기를 존중하며 자신 내면의 욕구에 대해 끊임없이 통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신 내면의 느낌을 명료하게 자각하고 그 느낌이 어떠한 욕구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명확하게 통찰할 때에 우리는 외부 환경적 문제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으며 그들에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다.

 

분노의 문제는 내가 나를 어떻게 장악하고 다스릴 것인가. 내 삶의 의미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나와 어긋나는 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나의 자리를 만들고 나의 세계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에 달려 있다.

내가 바뀐다고 해서 곧바로 사회가 바뀔 리는 없지만, 내가 바뀌지 않는 한 사회는 결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회기에서는 심리적 관점에서 분노를 유발하는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