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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무심해진다는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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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5-11-29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무심해진다는 것
2015년 11월 29일(일) 19:08 [(주)전라매일신문]
“일이 많아 힘들겠다” 대학원을 다니며 직장을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 건넨 인사였다. “일이 많아 힘들기보다는 사람이 힘들지” 친구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특히 업무상 지시를 내리는 상사가 무척 밉다고 했다. 많이 배려해주는 듯 말을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책임이 무거운 일은 은근슬쩍 떠넘기기 일쑤라고 했다. 상사와의 관계에서 힘든 점을 한참 하다가 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사람을 미워하면 인연이 더욱 깊어진다고 무심(無心)해지라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 ‘미워하지 말아야지…….’ 다짐은 하는데 미움이 계속 나오니까 더 스트레스야”
그 친구는 ‘무심’이라는 말의 의미를 상사에게서 관심을 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마음이 없는 돌처럼 아무런 감정이 없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상사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어떤 말을 하든지 아무런 마음 작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감정을 없앨 수 있을까. 살아있는 마음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은 관계가 괴로우면 관계를 끊거나 관계를 끊기 어려우면 관심을 끊으려고 한다. 그래야 덜 괴로우니까. 하지만 사람은 사회생활을 해야 하고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결국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길은 영영 없을까? ‘무심(無心)’이라는 단어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무심’이란 상대를 향한 내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향한 내 마음의 상태인 것 같다. 원래는 그 사람이 밉다·좋다는 분별(생각)이 없건마는 그 사람이 나에게 일을 미룰 때는 무척 밉다는 분별이 있어지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무심’일 것이다.
미워하는 마음이 나오면 미워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괴로워하기 보다는 ‘미워하는 마음이 있어졌구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는 밉다·좋다는 분별이 없었는데 미움이 생겼다는 것을 신비롭게 바라볼 줄 알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간섭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상대를 항상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때는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만날 때도 있고, 어느 때는 호의로 만날 때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상대방도 나에게 항상 손해만 끼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때는 도움을 줄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내 마음의 상태에 ‘무심(無心)’해질 때, 간섭하지 않을 때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관계의 전체적인 모습, 관계의 변화를 볼 수 있게 된다.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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