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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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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5-09-2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
2015년 09월 20일(일) 21:16 [(주)전라매일신문]
우리나라에서 통상적으로 과로로 인한 산재판정의 기준들 중에 주60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이 있다고 한다. 어떠한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주60시간 미만까지는 감수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기는 관행 때문이라고 한다. 야근과 특근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지만 맞벌이 하는 가정의 경우 퇴근후 맞이하는 가사일 또한 심각하다. 여기에 육아까지 가중되면 거의 미치기 직전까지 코너에 몰리게 된다고 한다. 이때 배우자가 적절하게 역할을 배분하면서 돕고 힘든 정서를 나눌 수 있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지만 이 기회를 살리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배우자도 동시에 많이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모 카드회사의 광고카피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최고의 힐링은 아마도 아무것도 하지않고 쉬는데 있을 것이다. 물론 열정페이가 난무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란 정말 위험한 태도(?)도 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존을 위해서라도 모험을 감행해야만 할 것 같다. 얼마전 OECD ‘건강 통계 2015’보고서 에서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에 의한 사망률1위, 노동시간1위, 산재사망률1위,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가장 낮은 것으로 다시 한번 공식통계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육체적인 노동 시간의 측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감정노동 또한 주목받으면서 정서적인 통제 또한 매우 중요한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감정노동의 핵심은 업무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지나치게 억제하고 순종과 친절만을 강요하는데 있다. 불편한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고 긍정적인 감정만을 강요하는 시도는 비단 업무상황뿐만이 아니라 힐링의 공간에서 조차도 자동적으로 반복된다. 기업연수에서 조별 모둠으로 진행되는 힐링 실습시간에 최근 경험한 가장 힘든 일을 공감적으로 들어주는 시간을 갖게 되면 많은 분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이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이때 마음껏 우는 것 조차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주위에서 당황한 나머지 위로라는 형식으로 울음을 그치라고 우아하게 닥달(?)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따뜻하게 손을 잡거나 안아주는 것 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터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태도’는 전통적으로 ‘무위(無爲)의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 물론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교육하는 마음챙김 훈련 또한 같은 맥락을 담고 있다. 스트레스나 만성질환으로 통증이 있을 때 가장 깊은 휴식은 그 통증에 당황해서 성급하게 통증이나 증상을 없애거나 밀쳐내려고 하지않고 가만히 지켜보면서 기다려줄 때 가능하다. 자책이나 원망 또는 불안한 마음으로 성급한 문제해결을 갈망하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시끄럽게 해서는 곤란하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면 그것에 저항하여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회피하려는 마음에 원망심과 자책감이 일어난다. 우리는 그렇게 저항과 회피적 태도에 의해 요란한 마음이 자극되면 될수록 회복은 멀어지고 지쳐갈 것이다.
/마마인드풀 힐링 아카데미 이정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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