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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생각의 주인 되기
[전라매일신문-칼럼] 생각의 주인 되기
마음인문학연구소2015-03-30

<마음인문학 칼럼> 생각의 주인 되기

 

2015년 03월 30일 [(주)전라매일신문]

 

 

 

 

가만히 눈을 감고 아프리카 초원을 상상해볼까요?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넓은 초원에 수많이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고, 사하라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여행을 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런 모습들을 어디에서 봤을까요? TV나 책에서 봤던 모습일 것입니다. 이번엔 달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역시 어디에서 봤던 모습이죠. 생각이라는 것은 이처럼 과거에 경험했던 기억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생각의 역할은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빠른 판단을 통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현실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각은 내가 아니라 내 것입니다. 내가 가진 소유물이지 그것이 결코 내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자만해서 몸을 함부로 하다가 크게 아프고 나면 매사에 조심성이 생기기도 하는 것처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생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평생 경험하는 것이 이 세상의 어느정도나 될까요. 10%정도 될까요? 그것도 자신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가 살면서 알 수 있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대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마음대로 나올 수는 없는 방이 있다면 그것을 무엇이라고 할까요? 우리는 그것을 감옥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생각도 처음에는 스스로 만들지만 점차 빠져버리게 되면 없애고 싶어도 자꾸 일어납니다. 그래서 그 생각에 괴롭죠. 그것이 생각의 감옥입니다. 한번 빠져버리면 벗어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 어떤 생각에 대해 그것을 전부라고 규정하지 말고 “이건 내가 만든 생각일 뿐이야. 이것이 전부는 아니야”하고 말해보세요. 맞았다고 생각할 때보다 이것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할 때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몸의 힘을 빼고 가만히 있어보세요.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히 귀는 소리를 듣고, 눈은 사물을 봅니다. 그리고 조금 더 그렇게 있으면 저절로 생각이 정리되어 무엇을 해야할지 순서가 잡히게 됩니다. 그것을 정신이라고 부릅니다. 학교에서 멍하니 딴생각을 하면 아무것도 안보이고 안 들리다가 갑자기 선생님께서 큰소리로 “정신차렷”하고 말씀하시죠. 그러면 정신이 번쩍 들고 그때부터 선생님의 말씀이 잘 들리게 되고 칠판에 글씨가 똑바로 보이게 됩니다.

 

생각이 복잡할 때 몸을 편하게 두고 가만히 몸을 바라보세요.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따라가서 상상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가만히 귀를 느껴보세요.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판단하고 간섭하지 말고 몸을 느껴보세요. 몸에 대한 감각이 서서히 살아나고 조금 더 그렇게 있어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차분해집니다.

 

이렇게 정신을 차리면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그런 후 다시 생각해보세요.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생각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생각의 참주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원광대학교 후마니타스학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