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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옳고 그름에 대하여
[전라매일신문-칼럼] 옳고 그름에 대하여
마음인문학연구소2014-12-28

마음인문학 칼럼, 옳고 그름에 대하여

 

 

2014년 12월 28일(일) 19:08 [(주)전라매일신문]

 

 

 

 

며칠 전 직행버스를 탔다. 약속 시간이 많이 남은 탓에 여유 있게 앉아 있는데 갑자기 운전기사 뒷좌석에 앉아 있는 한 아주머니가 운전기사에게 빨리 가라고 독촉을 했다. 나는 그 상황에서 버스가 천천히 간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그 아주머니는 약속 시간에 늦었다는 생각에 버스가 천천히 가는 것 같아 답답하게 느낀 것이었다.

 

 

버스가 느린 것일까? 빨리 가는 것일까? 같은 속도로 가더라도 급한 일이 있을 때는 묘하게 버스가 느리게 간다고 느끼지만, 여유가 많을 때는 오히려 빨리 간다고 느끼기도 한다. 또 차를 운전할 때는 신호등의 보행신호가 길다고 느끼지만 보행자일 때는 너무 빨리 바뀐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은 이처럼 늦고 빠름,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고 평소에 그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큰 실수를 했다하더라도 ‘그럴 수 있지’하며 안타까워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하는 묘한 마음이 일어난다.

 

 

하지만 나와 평소에 감정이 얽혀있는 사람이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반응은 전혀 달라진다.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언젠가는 이런 일을 저지를 줄 알았어’하며 남김없이 비난을 하는 묘한 마음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묘하게 옳고 그름이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차가 빠르다 늦다는 생각이 없는 원래 마음, 옳다 그르다하는 생각이 없는 원래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한 생각 판단하기 이전의 마음인 원래 마음에서 상황에 따라 ‘빠르다, 느리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눈치 채야 한다. 사람에 따라 옳다고 생각하거나 그르다고 생각하는 묘한 마음이 있어지는 나의 마음을 먼저 보고 ‘어떻게 할까?’가 아닌 ‘항상 어떤 마음으로 할까?’하는 마음으로 옳고 그름을 바라보며 마음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묘하게 일어나는 마음에 속거나 또는 ‘도덕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하며 억누르는 것은 부작용을 낳는다. 원래 마음으로 묘하게 일어난 마음을 붙잡거나 간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그 마음이 묘하게 보이고 웃음이 나온다. 이와 같이 원래 마음과 묘하게 일어나는 마음으로 공부하면 나의 지식이나 고정관념 또는 편견이 아닌 항상 온전한 생각으로 원만하게 판단을 할 수 있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늦다·빠르다, 쉽다·어렵다, 좋다·나쁘다, 옳다·그르다 판단될 때는 자신의 생각이나 지식의 틀에서 벗어나 원래 마음에 바탕해서 묘하게 일어나는 마음을 바라보며 재미있게 마음을 공부하면 좋겠다.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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