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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배려(配慮)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전라매일신문-기고] 배려(配慮)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마음인문학연구소2014-12-28

배려(配慮)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2014년 12월 28일(일) 19:07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현재 극장가에 다큐영화 한편이 관객몰이를 하고 있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립영화가 개봉한지 한 달도 안 돼 관객이 300만을 넘어섰다고 하니 대단한 약진이 아닐 수 없다.

70년 넘게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평범한 일상의 삶을 영상에 담은 것이다.

평범한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도 있다. 일상의 소소한 일에서도 재미를 찾아서 즐기고, 또 서로를 항상 칭찬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잔잔한 감동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삶에서 무엇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중용中庸’에서는 “군자의 도는 단서가 부부에서 시작되나, 그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천지에 밝게 드러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인생의 지극한 도리라는 것도 결국에는 내 주위의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그 시작점은 바로 부부라는 것이다.

 

 

 

 

부부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존중과 배려일 것이다.

영화에서도 두 부부가 존댓말을 사용하고, 서로에게 아낌없는 존경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서로에 대한 따듯한 배려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유가철학에 비춰 본다면 그것은 바로 책임의식에서 나온다고 할 것이다.

유가철학은 주어진 시간과 공간의 한계 속에서 ‘어떻게 인간으로서 삶의 책임을 다 실현할 것인가’에 그 출발점을 두고 있다.

 

 

 

 

공자는 “군자는 군자의 도리를 다해야 하고, 신하는 신하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하고,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고 강조하고 있다.

나는 한 아이의 아버지인 동시에 나의 부모의 아들이다. 나의 부모에 대해서는 효도를 생각할 것이고, 나의 자식에 대해는 자애로움을 생각해야 한다. 주어진 상황과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책임의식인 것이다.

 

 

 

 

이러한 책임의식을 자각할 때 우리는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이 삶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갈 것이며 또한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논어’에 공자 제자 증자는 “나는 매일 여러 차례 내 자신을 돌아본다. 남들을 위해 일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친구와 사귀면서 미덥게 하지 않았는가? 가르침을 받은 것을 제대로 익히려 노력했는가?”라고 말한다.

이것은 항상 깨어있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깨어 있으면,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나아가 타인의 삶과 아픔에 대해서도 돌아볼 여유가 생겨난다.

 

 

 

 

따라서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먼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공자는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성취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도 성취하게 해주고, 내가 통달하고 싶으면 타인도 통달하게 해줘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바탕으로 타인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인(仁)을 실천하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부부의 기본 덕목으로 돌아가 보면 부부는 상호 신뢰가 그 바탕이 돼야 한다.

신뢰가 깨진 부부에게서 상호 배려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배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바로 자신의 마음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상대방도 하기 싫다는 것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유가가 오륜의 한 덕목으로 말하는 ‘부부유별夫婦有別’ 역시 책임윤리에 기반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별別’은 차별이 아니라, 역할의 구별이다. 남자가 할 수 있는 일과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에 구분이 있고, 각자 더 잘하는 역할들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역할, 어머니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 그 가정은 보다 원만하게 돌아갈 것이다.

부부는 원래 적대적 관계가 아니고 상호 배려해야 하는 조화로운 관계이다.

다시 말해 부부란 1+1=2가 아니고, 1+1=1이 되는 것으로 서로 모르는 두 남녀가 만나서 하나의 새로운 가정 문화를 창조해 가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가정문화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부부 간의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소비중심 사회에 살아가면서 물질적 만족과 풍요에 행복이란 코드가 맞추어져 있지 않나 반성할 필요가 있다. 삶의 행복이란 것이 소비를 통한 감각적 만족에 있지 않음을 ‘님아 그 강 건너지마오’란 영화에 나타난 노부부의 진솔하고 따뜻한 삶속에서 돌아보게 된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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