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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또” 와 “ 첫마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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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12-2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 ‘또’와 ‘첫마음’
2014년 12월 21일(일) 21:47 [(주)전라매일신문]
밤새 쌓인 눈으로 온동네가 하얀 색이다. 눈치우는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리고 빙판길을 오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자동차의 엔진소리 요란하게 들리는 아침이다. 마음공부하는 분들과 마음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를 괴롭히는 중요한 키워드중의 하나가 ‘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너야? ‘또’ 그래?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니?’ 우리는 참아 넘길 수 있는 인내심이 있고 용서할 수 있는 너그러움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번도 아니도 두 번, 두 번도 아니고 세 번, 지속·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사람과 상황을 만나게 되면 평온한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옛날 비단장사를 하던 한 청년이 길에서 노스님을 만나 출가를 했다. 하루는 노스님이 솥을 새로 걸어야겠다며 행자가 된 비단장수 청년에게 그 일을 맡겼다. 정성스럽게 솥을 건 행자가 “솥을 다 걸었습니다”고 하자, 노스님은 “이 곳이 삐뚤어졌으니 다시 걸어라” 하고는 그냥 들어가 버렸다.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조금도 틀어진 곳이 없건만 행자는 다시 솥을 고쳐 걸었다. 그렇게 솥을 걸고 허물기를 무려 아홉 번 하고 나서 마침내 노스님에게서 “바로 걸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행자가 바로 솥을 아홉번 걸었다 하여 구정(九鼎)이라는 법명을 받은 구정선사이다. 그는 뒷날 수행에 정진해 도를 이루고 대선사가 됐다.
보통사람들은 구정선사처럼 ‘또’라는 마음을 이겨내고 ‘첫 마음’으로 행동하기 쉽지 않다. 마음을 요란하게 하는 사람과 상황을 만났을 때 불쾌하고 언짢은 마음이지만 때론 이해하고 때론 무시하고 때로 비난하며 첫 감정을 이겨낸다. 그러나 똑같은 상황이 반복이 되면 이해했던 너그러움은 사라지고 ‘나한테 왜 그러는데?’, ‘나를 얼마나 우습게 알면 그래?’라는 또 다른 생각을 창조해 낸다.
함박눈은 시간을 정해서 쓸지 않으면 하루만 지나도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쌓인다. 그래서 큰 마당이 있는 교당에서 살 때에는 2시간 단위로 마당을 쓸곤 했었다. 싸라기 눈이라도 내리는 날에는 하루에 한번정도 혹은 저녁무렵 한 번 더 쓸면 됐다. 눈의 양에 따라 눈 쓰는 횟수도 달라지고, 눈을 치우는 도구 또한 달라지게 된다. 우리의 마음도 그러하다.
‘첫마음’을 사용하는 구정의 심법이 아니더라도 하루에 두 번 정도만 쓸면 되는 싸라기 눈, 2시간에 한 번씩 쓸어야 하는 함박눈의 원리처럼 일의 경중에 따라 하루에 두 번씩 기도와 염불, 버거운 상황에는 더욱 더 여러 횟수의 기도와 염불을 하면서 거슬렸던 첫 마음을 쓸어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떠할까? (전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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