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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자전거 브레이크와 청소년
[전라매일신문-칼럼] 자전거 브레이크와 청소년
마음인문학연구소2014-11-23

마음인문학 칼럼-자전거 브레이크와 청소년

 

모연숙(전북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2014년 11월 23일(일) 21:33 [(주)전라매일신문]

 

 

 

 

 

최고급 엔진기능을 갖춘 최신형 자동차,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속도감까지 완벽하게 갖춘 스포츠카, 생각만해도 멋진 차가 아닌가? 며칠전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가을길을 달리는 오토바이 행렬을 보았다.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오토바이는 아니었다. 어떤 오토바이는 소형 자동차 보다 값이 더 비싸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이렇게 멋지고 비싼 오토바이와 자동차에 브레이크 장치가 없다면 어떠할까? 설사 있다하더라도 자전거 브레이크 장치가 있다면 어떠할까?

 

 

 

 

 

어떤 학자는 최신형 엔진을 갖춘 자동차에 자전거 브레이크 기능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의 모습이 바로 ‘청소년’의 모습이라 하였다.

성장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은 신체적 성장과 함께 인지적, 정서적 성장을 함께한다. 청소년의 모습은 성인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들의 순발력과 논리는 어떠한 어른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성숙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을 보고 있으면 위태로운 생각이 든다.

 

 

 

 

 

며칠전 집을 뛰쳐나와 가출을 한 청소년 몇 명이 우리 센터에서 도움을 받았다. 그들은 며칠을 굶었는지 허겁지겁 밥을 먹었고, 깨끗한 속옷과 겉옷을 제공해주니 너무 너무 좋아했다. 그러면서 한가지를 더 요청했다. “선생님, 과자주세요.” 아이들은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을 원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잘생기고 키도 크고 똑똑하다. 그러나 때때로 아이들같이 과자를 요구하는 어린아이 행동도 함께한다.

 

 

 

 

 

가출한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남녀 아이들이 함께 다닌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여 어른이 보는 앞에서도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춘다. 마치 브레이크를 잡을 수 없는 과속차량처럼 그들은 방황의 속도를 멈추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나의 마음은 아프고 짠하고 미안했다. 집으로 돌려 보내고 싶어도 해체가정의 아이들이 많았다. 설사 집으로 돌려 보낸다 하더라도 영·유아기에 겪은 상처와 결핍들을 치유하고 채워줄 수 있는 환경을 찾아주는 일이 쉬운일은 아니다. 일곱명의 가출청소년들을 연고지로 돌려보내며 내내 마음이 아프다.

가을이 익어가는 11월, 시골길을 걷다보면 드문드문 붉게 물든 홍시를 만나게 된다. 모든 과일은 겉모습 부터 만들어 진다. 그런 후 비바람과 햇볕을 받으며 속을 채워가며 단단하게 익어간다. 가을들녘의 붉은 홍시를 보며 이시대의 아이들이 비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속을 꽉꽉 채워가기를 기도한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인생에 브레이크 장치가 하나하나 생길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은 그들을 바라봐주고 지켜주어야 한다. 속을 썩여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더 이상 쳐다보기 싫을 만큼 지치고 힘들더라도 그들이 최고급 브레이크 장치를 할 수 있도록 온동네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봐주고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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