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라매일신문-칼럼] 손자의 질문에 불면증 걸린 할아버지
[전라매일신문-칼럼] 손자의 질문에 불면증 걸린 할아버지
마음인문학연구소2014-11-02

마음인문학 칼럼-손자의 질문에 불면증 걸린 할아버지

 

2014년 11월 02일(일) 21:24 [(주)전라매일신문]

 

 

 

 

 

어느 날 손자가 수염이 긴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는 주무실 때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주무세요, 아니면 밖에 내놓고 주무세요?”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동안 잘 때 수염을 넣고 잤는지 내놓고 잤는지 갑자기 큰 의심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부터 할아버지는 수염을 이불에 넣고 자도 불편하고 밖으로 내놓고 자도 불편해서 불면증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손자의 질문을 받기 전에는 수염을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이불 속에 수염을 넣고 자도 넣었다는 생각이 없고, 이불 밖에 내놓고 자도 내놓았다는 생각 없이 그 자체가 자연스럽고 편안했습니다.

 

 

 

 

 

하지만 ‘수염을 어떻게 하고 자야하나?’하는 생각에 묶이니 어떻게 해도 자연스러움을 잃게 되고 이불 속에 수염을 넣어도 이불 밖에 수염을 내놓아도 불편했던 것입니다.

우리도 할아버지와 같은 상황을 겪을 때가 가끔 있습니다.

우리에게 수염은 생활 속에서 보고 듣고 만나면서 묘하게 일어나는 화나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시기하는 마음입니다.

 

 

 

 

 

때로 이렇게 일어나는 마음 때문에 괴롭거나 잠 못 이룰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화 혹은 미움, 사랑과 시기 같은 마음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런 마음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회피하고 억눌러서 괴로움의 강도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일어나는 마음을 회피하고 억누른다고 해서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강해지고 에너지가 변형돼서 나타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래는 없는 것인데 상황따라 묘하게 일어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크게 웃을 때 오히려 그 마음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오늘도 어떤 상황을 만나 마음이 묘하게 있어질 때 ‘아! 이 마음으로 공부할 때가 왔구나’하고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마음의 원래는 밉다, 사랑한다, 싫다, 좋다 하는 생각이 없건마는 상황에 따라 묘하게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살아있는 마음입니다. 마음이 죽어있다면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마음의 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의 원리를 모르면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마음으로 인해 불편하고 또 그 불편한 마음을 없애려고 해서 더 불편해집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간섭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는 공부를 통해 ‘원래 마음’과 ‘묘하게 일어나는 마음’을 두루 볼 수 있다면 어떻게 해도 웃음이 나오고 편안해집니다.

그렇게 웃은 다음에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해야 나도 주위도 좋은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오덕진 강사

 

http://www.e-jlmaeil.com/default/all_news.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