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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건망증이 심해졌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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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10-26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모연숙 / 전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어느날 아파트 주차장에 반듯하게 벗어놓은 신사용 구두 한컬레를 발견한 적이 있다. 나는 그 구두를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아마도 출근시간 어떤 남자분이 운전하기 좋은 신발로 갈아 신으면서 구두를 미처 챙기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에서 종종 실수를 한다. 나도 평소에 대형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한 곳을 몰라 한참 헤매고 다니거나 차 문을 열기 위해 트렁크 위에 올려놓은 핸드백을 그대로 두고 운전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건망증을 발견한 후부터 일상의 모든 일들을 기록하고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며칠전, 어떤 젊은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순간일지라도 마음을 챙기지 못하면 얼마나 큰 실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예쁜 옷에 마음을 빼앗긴 엄마는 아이의 손을 놓친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은 채 엘리베이터를 탔다. 엄마는 짧은 순간이지만, 아이 혼자 있게 한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하였다.
현대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해야 할 일과 챙겨야 할 일들이 많다. 통화를 하면서 수신호로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거나, 아이에게 밥을 먹이면서 동시에 출근준비를 해야하거나, 강의준비를 하면서 일상적 업무를 모두 처리해야한다. 이러한 삶을 되돌아보면 하루를 생활하는 것이 종이와의 전쟁, 사람과의 전쟁, 나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복잡 다단한 전쟁속에서 꼭 챙겨야 하는 것 이 있다. 바로 마음이다. 마음을 챙기지 못하면 휴대폰을 잊어버리거나, 백을 잊어버리거나, 사람을 잊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어떤 분이 나에게 묻는다. “한가지 일에 집중하다보면 다른 일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게 되요. 그럴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원불교 대종경에서는 바느질하는 일과 약달이는 일 두가지 일을 다 잘해야 하는데 약을 달이다보면 바느질에 집중을 못하고, 바느질를 하다보면 약을 태우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자가 묻는다. 대종사는 주어진 일이 두 가지인데 한가지일에만 마음을 사용하게 되면, 그 마음은 조각의 마음이며, 부주의한 일이라고 하였다. 열가지 일이든, 스무가지 일이든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살피는 마음을 놓지 않는 것이 온전한 마음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온전한 마음을 챙기기만 하면 열가지일이든 백가지일이든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전한 마음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가 안 봐도 좋을 일을 괜히 보려고 하는 데에 마음을 빼앗긴다거나 간섭을 하지 않아도 될 일에 괜히 간섭하느라 마음을 쉽게 빼앗겨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잡념과 망상이 쉬지 않기 때문에 그일 그일에 집중과 몰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잡한 생활 속 에서 온전히 깨어있으려면 꼭 필요한 일 외에 마음을 흩어놓는 일을 삼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한가지 일도 제대로 추스려내지 못하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하면 여러가지 일들도 물흐르듯이 잘 해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에 잘 살 수 있는 비법은 일이 없을때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을 기르는것이다.
일이 없을때 고요하고 온전한 마음을 기르게 되면 일이 생겼을때 그일 그일에 마음을 집중할 수 있고 하루의 일과가 물흐르듯이 모든 일들을 순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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