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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나 하나 꽃 피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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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06-02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나 하나 꽃 피어
잔인한 봄. 누군가는 촛불을 들고, 누군가는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았다. 문득 불안해진다. 세월호에 갇혀 바다에 묻힌 어린 학생들로 인해 애통하지만 어느 새 잊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 불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부는, 구조 체계는 변하지 않았는데 세월호 참사를 잊어버리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밖에서만 찾고 있다. 물론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윤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 회사와 선객 구조를 하지 않고 도망친 선박직원,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극적으로 선객을 구조하지 않은 해경, 국민의 생명 보호는 뒤로 미루고 정권 유지에 골몰한 정부이다. 이것을 그대로 두고 보자는 얘기는 아니다. 당연히 변해야 하고, 국민이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무의식중에 동조하고 있는 ‘물질주의’가 아닐까? 물질적 만족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편만한 것 같다. 공부하는 이유도, 취직을 하려는 이유도, 결혼 상대를 고르는 기준도, 성공을 하려는 이유도 물질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물질은 도구이지 목적일 수 없는데 목적으로 전도되고 만 것이다. 선박회사가 부당한 이득을 챙기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지만 그것을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누가 만들었는지 자문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물질에 집착할 때마다 물질에 집착하는 그 마음으로 공부해서 마음의 자유를 얻으면 좋겠다. 물질주의에 길들여진 정신적 습관을 무조건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사회에 살다보면 그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로 인해 개인이 가정이 사회가 국가가 세계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았으니 변화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물질주의에 휩쓸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와 같은 정신적 패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마음은 아이 같은 구석이 있다. 어린 아이가 떼를 쓸 때 억압하면 더 감정적이 되지만 그 마음을 읽어주면 묘하게도 안정을 찾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물질에 온 마음이 기울어질 때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듯이 그 마음을 읽어주면 좋겠다. 단지 물질이 자신의 최종 목표인지 물어보면 의외의 답이 나올 것이다.
‘나 하나 꽃 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조동화 시인의 시 구절처럼 나 혼자 마음을 공부해서 무슨 변화가 있겠느냐고 말하지 말자. 사회 구조가, 사회의식이 물질주의를 조장하는데 개인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말하지 말자. 결국 사회란 개인이 모여 이뤄진다. 나는 내 마음을 공부했지만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나 하나 꽃 피어 보자. 지금 여기에서.
오덕진/원광대 문예창작과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