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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조 정전공부 : ‘이적이 보일 때에는 정신을 다시 차려서 선정하라’
마음대조 정전공부 : ‘이적이 보일 때에는 정신을 다시 차려서 선정하라’
마음인문학연구소2025-06-24

좌선법-좌선의 방법 ③

글. 김일원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정전> 좌선법에서 ‘좌선의 방법’ 1~2조는 좌선할 때 앉는 자세에 대해, 3~6조는 좌선 시 호흡, 눈, 입, 정신의 챙김에 대해 밝힌 것이다. 이번 호에서 함께 할 ‘좌선의 방법’ 7~9조는 특히 좌선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밝힌 것으로,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2. 좌선의 방법

좌선의 방법은 극히 간단하고 편이하여 아무라도 행할 수 있나니,

7. 처음으로 좌선을 하는 사람은 흔히 다리가 아프고 망상이 침노하는 데에 괴로와하나니, 다리가 아프면 잠깐 바꾸어 놓는 것도 좋으며, 망념이 침노하면 다만 망념인 줄만 알아두면 망념이 스스로 없어지나니 절대로 그것을 성가시게 여기지 말며 낙망하지 말라.

8. 처음으로 좌선을 하면 얼굴과 몸이 개미 기어다니는 것과 같이 가려워지는 수가 혹 있나니, 이것은 혈맥이 관통되는 증거라 삼가 긁고 만지지 말라.

9. 좌선을 하는 가운데 절대로 이상한 기틀과 신기한 자취를 구하지 말며, 혹 그러한 경계가 나타난다 할지라도 그것을 다 요망한 일로 생각하여 조금도 마음에 걸지 말고 심상히 간과하라.

#7. 처음으로 좌선을 하는 사람은 흔히 다리가 아프고 망상이 침노하는 데에 괴로와하나니, 다리가 아프면 잠깐 바꾸어 놓는 것도 좋으며, 망념이 침노하면 다만 망념인 줄만 알아두면 망념이 스스로 없어지나니 절대로 그것을 성가시게 여기지 말며 낙망하지 말라.

위는 좌선할 때의 ‘다리 아픔’과 ‘망념 침노’에 대한 대처라는 별개의 주의 사항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결국 ‘망념 다루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한 가지 주의 조목에 지나지 않는다. 즉 망념이 침노할 만한 조건을 만들지 않으려 미리 노력하되 이미 일어나고 있는 망념이라면 그것을 없애려 노력하는 에너지를 따로 기울일 필요 없음을 강조하는, ‘망념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우리는 좌선을 할 때 최대한 나의 의식이 어느 한쪽으로 자꾸 가지 않도록 먼저 세팅을 잘할 필요가 있다. 그중 초보자일수록 좌식 형태로 앉음으로 인해 다리가 저리거나 아파 와 온 신경이 그쪽으로 가 있기 쉬우므로, 그럴 때에는 무조건 참을 일이 아니라 포개어진 다리를 바꿔 앉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아프거나 불편한 곳으로 마음이 자꾸 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억지로 참기만 한다면 의식이 온통 거기에 쏠려 좌선도 잘 안 될뿐더러 좌선에 대한 흥미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으므로, 다리를 한 번씩 바꾸는 것을 통해 나의 다리를 길들여 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좌선시 생각이 일어날 때 그 생각을 없애려 힘을 쓰는 것은, 오히려 그 생각을 내가 꽉 붙잡고 있는 것과 같다. 생각을 없애려는 내적 행위 자체가, 본인은 원하지 않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생각을 계속 가지고 노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에 계속 먹이를 줌으로써 그 생각을 증폭시키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잊지 말자. ‘생각’의 중요한 특성 하나가 있다. 바로, 생각이라는 놈은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좌선 시 홀연히 어떤 생각이 일어나면 첫째, 바로 그것을 알아차린다. 둘째, 나의 의식을 다시 단전으로 돌려 오직 단전주 호흡에 일심 집중한다. 이렇게 두 과정을 찰나에 무한 반복하는 것이 바로 망념에 대처하는 지혜로운 길이다. 따로 생각을 몰아내려고 애쓸 필요 없다.

좌선 초보자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고요한 좌선 시간에 가지가지의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즈음에 내가 집착하고 있는바, 내가 관심 가진 바가 그 생각 생각들에 훤히 드러난다. 그러니 좌선 시에 일어나는 생각들을 성가시게 여길 필요도, 잡념이 많은 것에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다만 일상을 담박하게 살아야 좌선 시 떠오르는 잡념도 덜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좌선 시 망념이 침노하면 다만 망념인 줄만 알아두면 망념이 스스로 없어진다고. ‘절대로’ 그것을 성가시게 여기지 말며 (자꾸 떠오른다고) 낙망하지 말라고.

#8. 처음으로 좌선을 하면 얼굴과 몸이 개미 기어 다니는 것과 같이 가려워지는 수가 혹 있나니, 이것은 혈맥이 관통되는 증거라 삼가 긁고 만지지 말라.

혈맥관통이란 핏줄이 서로 통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혈액순환 및 신진대사 등이 좋아져 기운이 골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막혔던 기운이 트임으로써 나타날 수도 있는 현상이니 심상히 간과할 뿐, 여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는 당부이시다.

#9. 좌선을 하는 가운데 절대로 이상한 기틀과 신기한 자취를 구하지 말며, 혹 그러한 경계가 나타난다 할지라도 그것을 다 요망한 일로 생각하여 조금도 마음에 걸지 말고 심상히 간과하라.

소태산 대종사, 익산교당 새벽 좌선 시간에 출석하시어 대중과 좌선에 대한 문답을 나누시었다. 이때 많은 말씀의 끝에, 몇 가지 알아둘 것이 있다고 당부하셨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 9조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좌선을 하난 가온대 금음밤에 월색이 나타나서 방안이 훤하게 밝어도 보이고 무수한 별이 떠러저 보이기도 하며 혹 미인이나 모진 김생이나 무서운 사람도 보이는 때가 잇나니 이러한 이적(異跡)이 보일 때에는 정신을 다시 차려서 선정(禪定)하라. 이것은 다름이 나리라 정신이 혼혼한 가온대 그리되는 것이요 별 공부가 되어서 그리되는 것은 아니니 여기에 만일 정신을 팔니고 보면 반다시 해가 잇스리라.”(출처: 초기 정기간행물 ≪회보≫ 제15호)

쉽게 말해, 수행의 부산물로 신통을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설사 도통, 신통을 얻었다 할지라도 만약 탐·진·치 삼독심을 그대로 둔 채 이러한 능력을 얻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내게 주어진 무기를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그 무기를 남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도통, 신통이라는 그 능력은 되려 나를 해치는 무기가 되고 말 것이 분명하다.

신기한 자취가 나타나더라도, 그것은 나의 깨달음과 나의 수행 정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직 내가 구할 바는 마음의 자유와 해탈이다.

☞ 좌선 공부 실천 점검하기 ④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