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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트라라트나 이야기, 영국의 새로운 불교 전통 (1)
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트라라트나 이야기, 영국의 새로운 불교 전통 (1)
마음인문학연구소2023-05-01

영국의 새로운 불교 전통 (1)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이번 방문지는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불교센터입니다. 이곳은 현대에 새롭게 제시된 불교 전통으로 모두 ‘불교센터(Buddhist Centre)’라는 이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영국에서 시작됩니다.

런던 불교센터
런던 불교센터

 

불교를 수용한 영국

영국은 18~19세기를 거치면서 다른 종교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불교입니다. 일례로 옥스퍼드 사전에 ‘붓다(Buddha)’는 1681년부터, ‘다르마(dharma)’는 1796년부터, ‘불교(Buddhism)’는 1801년부터 수록되었습니다(British Buddhism, 4쪽).

이러한 불교 용어 중 현재 많이 언급되고 중요시되는 단어가 ‘사띠(sati)’입니다. 이 용어를 보통 ‘마음챙김’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사띠를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 처음 번역했던 인물이 영국 웨일스 출신의 리스 데이비스(Rhys Davids, 1843~1922)입니다. 이 번역은 킹 제임스 버전의 성경(King James Bible)에서 영향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내 아들아, 너희는 날마다 주 우리 하나님을 생각하여라(My son, be mindful of the Lord our God all thy day; Tobit 4:5). 그들은 당신의 선함을 항상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they might be continually mindful of thy goodness; Wisdom of Solomon 16:11).

리스 데이비스는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스리랑카(당시 실론)에 공무원으로 파견되었고 그곳에서 빨리어 불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국으로 돌아와 1881년 빠알리성전협회(PTS)를 창립하였고 불교학자로 평생을 살았습니다. (여기서 다루진 못하지만) 이와 같은 역사가 모여 영국에 불교가 자리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영국은 마음챙김을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리스 데이비스는 부인인 캐롤린 리스 데이비스와 함께 빠알리성전협회를 이끌며 초기 불교에 대한 학문적 토대를마련했다
리스 데이비스는 부인인 캐롤린 리스 데이비스와 함께 빠알리성전협회를 이끌며 초기 불교에 대한 학문적 토대를마련했다

 

서구적 불교 운동과 트리라트나 공동체

영국의 불교에는 다양한 전통이 공존합니다. 태국의 숲속 전통, 티베트의 카르마 카규 전통과 같은 기존의 불교 전통을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도 있고, 영국만의 또는 서구만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흐름이 트리라트나 불교 공동체(Triratna Buddhist Community)입니다.

트리라트나는 불·법·승 삼보(三寶)를 뜻하기에 이 단체를 ‘삼보불교공동체’로도 부릅니다. 그런데 삼보 대신 트리라트나로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의 산보교단(三寶敎團, Sanbo Kyodan)은 이름에서 삼보(三寶)가 언급되지만 ‘산보’라고 불리는 것처럼, ‘트리라트나’로 부르는 것이 이 전통의 특성을 더 잘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트리라트나 불교 공동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최근입니다. 오히려 2010년 이전까지는 서구불교우의회(Friends of the Western Buddhist Order)였습니다. 명칭에 ‘서구’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것은 서구에서 시작된 불교 공동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서구적 가치를 지닌 공동체를 지향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를 ‘트리라트나’로 바꾼 것은 동·서의 구분을 넘어서는 보편불교 공동체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는 창시자인 상가락시타(Sangharakshita, 1925~2018)의 조언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1992년 독일 베를린 유럽불교연합총회
1992년 독일 베를린 유럽불교연합총회

 

데니스 링우드에서 상가락시타로

1925년 런던에서 태어난 데니스 링우드(Dennis Philip Edward Lingwood). 그는 어린 시절 심장 질환 진단을 받고 침대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 <금강경>과 <육조단경>를 만나 자신이 불교도임을 믿게 되었고, 18세가 되어 불교협회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군에 징집되어 인도, 스리랑카 등에 파견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영적 수행의 여정을 택했습니다. 1949년 우 찬드라마니(U Chandramani) 스님을 통해 ‘영적 공동체로부터 보호받는 존재(protected by the spiritual community)’를 뜻하는 ‘상가락시타’라는 법명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상좌부 전통에서 출발했고 1950년에는 출가계를 받았습니다.

 

인도 현대불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암베드카르
인도 현대불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암베드카르

암베드카르와의 만남

그는 인도의 헌법을 설계하고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암베드카르(Ambedkar, 1901~1956)와도 인연을 맺었습니다. 불가촉천민이었던 암베드카르는 1956년 다른 불가촉천민 38만 명과 함께 불교로 개종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개종 후 6주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며 상가락시타가 개종한 이들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인도에 있는 이들 그룹은 트리라트나 공동체 회원의 20% 이상을 차지합니다.

 

 

불교 대가들을 만나게 된 곳, 칼림퐁

그는 칼림퐁(Kalimpong)에서 14년을 보냈는데, 이곳은 네팔, 부탄, 인도, 티베트 국경에 가깝습니다. 1950년대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하며 티베트 스님들이 대거 이곳에 왔습니다. 그래서 여러 린포체를 통해 티베트 불교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칼림퐁에 있던 중국인 은둔자를 통해 선불교도 배웠습니다. 그는 칼림퐁에서 다양한 불교 전통을 섭렵한 것입니다.

20년 남짓 수행자로 지내다 그는 영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1967년 서구불교우의회를 창립하며 새로운 불교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운동의 영향으로 런던 불교센터를 비롯한 트리라트나 전통의 불교센터들이 세계 여러 곳에 세워졌습니다. 트리라트나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트리라트나 스토리(2010)
https://cmsorgan.wku.ac.kr/mind/?cat=26